정부의 전방위적 분양가 규제에 재건축 조합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통 매각해 아예 가격 통제를 받지 않겠다고 나서는 조합이 나왔다. 일부 조합은 상한제에 상관 없이 원래대로 후분양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합들이 각자 상황을 고려해 정부의 강력한 분양가 통제를 최소화 하는 방향을 찾고 있는 것이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2일 ‘기업형 임대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이 단지의 일반분양분 전체인 346가구를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겠다는 공고다. 내용을 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계약 체결 후에 정부 규제 하에 받을 일반분양가와 비교해 계약을 결정한다고 조건을 붙였다.
조합은 내년 4월 분양가 상한제 6개월 유예기간 안에 HUG(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보증받을 분양가 또는 상한제 적용으로 산정될 분양가가 실제로 기대보다 낮을 경우 통 매각으로 새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현장은 현재 막바지 철거 중이며 내년 4월까지 착공은 확실하지 않다. 입찰은 민간임대주택사업로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의 기업이나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한다. 신반포 3차 조합이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게 통 매각하면 아예 가격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일반 분양 물량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일반분양 통 매각은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조합과 시공사를 불러 일반분양 물량의 통 매각은 현행 법상 불가능 하다고 통보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서울시 조례 등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시 측의 설명이다.
후분양을 고수하는 현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철거를 마친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15차는 분양가상한제를 감수하고서라도 후분양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4월 내 분양하면 HUG를 통해 최근 분양한 반포우성의 3.3㎡당 4,800만원대의 분양가를 받게 된다. 송파구 신천동의 잠실 미성·크로바도 무리하게 철거를 앞당기기보다 원안대로 후분양이 유지되는 분위기다. 당장 분양한다면 인근 잠실올림픽아이파크 분양가를 기준해 3.3㎡당 2,995만원 정도다.
이들이 후분양을 택하는 이유는 HUG 고분양가 관리기준을 적용받거나 분양가상한제 하에서 선분양하는 것보다 최대한 사업을 늦춰 매년 큰 폭으로 오를 공시지가로 택지비를 적용받기 위해서다. 더불어 동 단위로 적용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각종 방안이 다른 사업지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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