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동에게 나눔의 의미를 가르쳐주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지폐 그림이 그려진 돈 봉투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이집에서 온 굿네이버스 대회 안내문, 저만 불편한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5살 자녀를 둔 작성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굿네이버스 가족그림편지쓰기대회 안내문을 가져왔다”며 “지폐 그림이 그려진 기부 독려용 봉투가 떡하니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성자가 첨부한 사진에 따르면 아이가 받아온 봉투에는 1,000원·5,000원·1만 원권이 그려져 있었으며 얼마를 기부하면 또래 친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단계별로 세부적인 설명이 적혀 있었다.
아동을 상대로 한 다소 노골적인 기부 독려 방식을 지적한 작성자는 “후원도 좋고 돈이야 넣어주면 그만”이라면서도 “자기 또래의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 영상을 보여주고 편지 쓰고 돈 넣어오라고 하면 5살 아이는 이를 당연하게 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눔인성교육 프로그램이라는 명목 하에 아이들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은 작성자의 의견에 공감하거나 반박하는 등 열띤 논쟁을 펼쳤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네티즌은 “아이가 저 영상을 유치원에서 보고 오더니 ‘(영상에 등장하는 또래 아이가) 불쌍하니까 돈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일정 수준의 모금액을 가져가는 것을 숙제로 알더라. 이런 게 아이들 인성함양에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공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힘들게 사니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는 식의 기부 교육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차라리 아이를 상대로 저금통을 나눠주면서 얼마 기간 동안 자율적으로 채워오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며 “저렇게 돈 봉투만 나오면 아이를 통해 부모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이를 통해서 기부금을 모금하는 것은 불편할 수 있지만 소신껏 참여하면 된다고 반박하는 일부 네티즌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선택은 자유고 이런 종류의 후원, 기부도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너무 불편해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다 같이 후원하는 모습을 보고 크면서 자연스럽게 ‘기부는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후원의 개념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굿네이버스 측은 대회의 모든 진행 사항은 “각 교육기관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모든 것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기부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학부모의 지적에 단체는 “가족그림편지쓰기대회는 나눔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진다”며 “진행하는 각 교육기관의 의사를 파악한 후 나눔실천을 원하는 아동만 참여하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대회에 대해 안내하면 원생들이 가정에서 영상을 시청한 후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이럴 경우 교사가 나눔과 협력에 대한 올바른 의미를 교육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고도 덧붙였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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