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사 김모 씨의 인터뷰 내용을 KBS가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영진이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일선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당 부서장인 사회부장은 내부 통신망에 보직 사퇴의사를 밝혔고, 법조팀에서도 비판의 강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과의 대화내용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지난달 10일 진행된 김 차장의 KBS 인터뷰 내용이 검찰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는 인터뷰 다음 날 바로 보도했고,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씨의 주장 중 일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검찰에 확인한 적은 있지만,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전달한 적 없다”는 등의 해명이 적절치 않다는 등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사측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를 구성해 인터뷰 내용이 실제로 유출됐는지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보도한 팀과 기자들은 상의 없이 조사위 구성을 결정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성재호 사회부장은 10일 사내게시판에 김 차장의 인터뷰 전문을 올리며 보직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 부장은 “당시 조 장관과 부인은 사모펀드 투자과정에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용 등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계속 주장해왔는데 인터뷰 과정에서 부인이 사전에 알았다는 정황 증언이 나왔다. 이보다 중요한 맥락이 있느냐”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용 유출’ 의혹에는 “자산관리인의 증거인멸 혐의를 검찰에 물은 게 아니다. 정 교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것”이라며 “검찰에는 당시 우리 보도가 별반 새로울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대해서는 “김 차장은 정 교수 때문에 형사 처벌 위기에 빠졌는데 정 교수는 여전히 김 차장에게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을 막아줄 총알받이가 돼달라고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 부장은 유 이사장을 향해 “유 이사장에게는 오직 조 장관과 정 교수만 중요하다”며 “진영 이익과 논리를 대변하는 언론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 개인의 인생을 제물로 해선 안 된다.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시대정신을 앞세우면 그건 언제든 파시즘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배 기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조태흠 법조반장은 “김 차장에게 인터뷰 당시 정 교수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방송될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다”며 “김 차장이 당시 피의자이고, 크로스체크는 취재의 기본이라 배웠기에 검찰에 두 가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정 교수가 2017년 초 자산관리인에게 먼저 ‘코링크’ 제안서를 들고 온 게 맞는지, 사전에 사모펀드 내용을 알았다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는지를 물었으나 검찰은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 기자는 “회사가 기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조치를 했느냐”며 “유 이사장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인데, 회사는 왜 민·형사상 조치를 망설이며 오히려 그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을 수용하느냐”고 말했다.
KBS공영노조는 성명을 내고 “성 사회부장은 문재인 정권 출범 당시 민주노총 산하 KBS언론노조 위원장이었다. 그런데도 이제 내부에서조차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반발하는 것”이라며 사측의 결정을 비판했다.
한편 유 이사장은 이날 오후 노무현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김씨와의 인터뷰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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