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성분이 뒤바뀐 신약 ‘인보사케이주’로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이 결국 상장폐지 대신 개선 기간을 부여받은 데 대해 업계에서는 예상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임상 3상 재개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이어서 서둘러 상장폐지를 결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1년여의 시간을 번 만큼 티슈진 측은 마지막 동아줄인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재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11일 오후3시부터 시작돼 오후7시가 훌쩍 지나 끝이 났다. 대개 2~3시간을 심의하던 평소와는 달리 심의위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논의가 오고 갔으며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에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티슈진에 인보사 임상 3상과 관련해 보완자료를 요청한 만큼 개선기간 부여에 높은 가능성을 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FDA의 보완자료 요청이 임상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적 관측이 일부 나오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섣불리 상장폐지란 결단을 내려버리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월18일 예정됐던 심의를 코스닥시장위가 한 차례 연기한 데 대해서도 FDA의 최종 판단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이날 이 같은 결정이 나온 데 대해 거래소 측도 FDA가 임상 재개와 관련한 여지를 남긴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임상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재개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티슈진은 1년여의 시간을 번 만큼 일단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일단 개선 기간이 2020년 10월까지인데다 코스닥시장위 재심의까지는 20여일이 더 걸린다. 티슈진은 미국 임상 재개에 희망을 걸고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에 보완자료 제출 이후 임상 중지가 해제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임상 개발 기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티슈진의 설명이다.
6만여명에 달하는 코오롱티슈진의 소액 주주들도 일단은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코오롱티슈진은 지주사인 코오롱(27.26%),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17.83%), 코오롱생명과학(12.57%), 코오롱글로텍(2.82%) 등 계열사 및 임원,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62.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주식 중 30%, 약 1,800만주를 개인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에서의 주가(8,010원)를 고려해도 1,400억원이 훌쩍 넘는다.
FDA가 티슈진에 인보사 임상 3상 관련 자료 보완을 요구한 것은 9월19일이다. 보완자료를 제출하면 FDA가 검토하는 데 또다시 30여일이 걸리는데 티슈진은 아직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거래소는 임상 3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주권매매거래가 재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1년의 개선 기간에 3상과 관련한 활동은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소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때 가서 다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주원·박성호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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