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로또 물량’에 고가점 통장이 몰리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선 10억원이 훌쩍 넘는 현금이 필요하지만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만큼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청약 시장이 현금 부자들의 잔치판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청약을 받은 ‘역삼센트럴아이파크’의 가점제 100% 물량(전용 85㎡ 미만) 당첨자의 평균 가점은 65.7점을 기록했다. 가점제 물량의 최저 점수도 64점에 달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봤을 때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가입기간 만점을 받아야 나올 수 있는 점수다. 최고 가점은 75점으로 전용 84㎡ A에서 나왔다.
역삼센트럴아이파크의 분양 물량은 중대형 평수와 대형 평수로만 구성돼 일반 분양 물량 가운데 가장 작은 평수(전용 84㎡)의 분양가만 16억1,000만원에 달한다.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최소 13억원 가량은 현금으로 쥐고 있어야 차질 없이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 심사에 따라 분양가가 평균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세 차익으로만 수억원을 남길 수 있는 ‘로또 분양’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실수요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가수요까지도 청약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형국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라 주요 지역 신축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청약 시장은 점점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9월 강남권에서 분양된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당첨자 평균 가점은 69.5점에 달했다. 최소 가족 구성원이 5인 이상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가입기간을 최소 13~14년가량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한편 이 같은 청약 열풍은 잠원동 반포우성·대치동 구마을 2지구 재건축 등 예정된 강남권 물량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가 규제되면서 돈 많은 현금 부자들만이 청약 시장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강남권 등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열풍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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