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일부 쟁점만 먼저 떼어내 우선 합의하는 ‘미니딜(부분합의)’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니딜은 그동안 제기됐던 ‘스몰딜’ 합의와 비슷하거나 이보다는 제한적 수준으로, 미국이 오는 15일로 예정된 관세율 추가 인상을 집행하지 않고 중국은 위안화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협상 유화책의 일환으로 자국 금융회사에 대한 외국계 소유제한을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 등 주요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 같은 제한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도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류허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은 이날부터 11일 이틀동안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NYT는 미국 관리들이 이런 부분적 합의를 ‘조기 수확’이나 ‘신뢰구축 조치’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비슷한 내용으로 미국이 중국과 환율협정을 체결하는 대신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연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단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미중 협상단이 첫날 협상을 마무리한 직후인 이날 오후 4시3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무역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반적인 협상 내용을 보고받은 뒤 이를 언론에 알린 것으로 해석된다.
무역전쟁을 발동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빅딜’의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조기에 성과를 낼 방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율협정을 통해 중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공식 약속을 받아내고 또 다른 핵심 이슈인 지적재산권과 산업 보조금 등은 로드맵이나 큰 틀의 협상 방향을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한두 건의 빅 이슈를 처리하고 나머지는 중장기로 가는 미래의 포괄적인 합의 형태를 띨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지식재산권은 중국의 외국기업 지분제한을 푸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NYT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추가로 중국에 농산물 수출을 늘리고 무역적자 폭을 줄이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시적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중국도 성의를 보이고 있다. 앞서 포괄적으로 제시했던 자국 금융회사에 대한 외국계 소유제한 폐지 관련 시간표를 이날 ‘공교롭게’ 발표한 것이다. 금융개방이라는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이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기자회견을 갖고 선물회사에 대한 외국계 소유 제한을 내년 1월1일에 폐지하고 이어 뮤추얼펀드 회사는 4월1일, 증권회사에 대해서는 12월1일에 각각 폐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중국은 산업과 통상정책 같은 구조적 문제는 뺀 ‘스몰딜’을 고수하면서 농산물 구매 확대와 지난 2월 양측이 대략적인 합의를 이룬 환율협정을 맺는 방안 등을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동안 언급됐던 스몰딜 협상안에 가깝거나 적어도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제한적 합의인 미니딜을 의미한다.
대신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를 막고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푸는 실리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 결과는 막판까지 안갯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오후에 류 부총리를 만나기로 한 만큼 최소 미니딜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북핵 협상에서 드러나듯 마지막 순간에도 언제든 판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딜이 합의된다고 해도 이는 궁극적인 타결이 아니고 ‘휴전’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데렉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중국 전문가는 “민주당이 자신의 중국 정책을 비판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에는 다시 생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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