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고문을 부정 위촉해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창규 KT(030200) 회장이 경찰에 출석해 20시간 가까이 고강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11일 오전 7시 10분경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출석한 황 회장은 12일 오전 3시경 조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황 회장은 조사가 끝난 뒤 ‘어떤 점을 소명했느냐’,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경찰청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황 회장을 상대로 경영 고문을 위촉한 경위와 이들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황 회장은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정치권 인사와 군인·경찰·고위공무원 출신 등 14명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고 각종 로비에 이들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KT 새 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올 3월 황 회장의 업무상 배임과 횡령·뇌물 등의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황 회장이 권력 주변 인물 14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자문 명목으로 총 20억여원의 보수를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운데는 부적격자가 있을 뿐 아니라 경영고문들이 각종 로비에 동원됐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올 4월 해당 사건을 수사하도록 경찰을 지휘했으며 경찰은 7월 KT 광화문지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또 지난달 황 회장의 측근인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 부문장과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4월에는 정치인 불법 후원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KT 새 노조는 “KT는 황 회장 취임 이후 각종 정치권 로비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기업이 아닌 ‘로비 집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며 “검경은 황 회장을 엄정히 수사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황 회장의 진술 내용을 검토하면서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며 “조사 필요성에 따라 황 회장을 다시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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