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5일 오후 5시30분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를 벌인다. 한국 대표팀이 북한과 평양에서 맞붙는 건 1990년 10월11일 남북통일 축구대회 1차전 이후 29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김주성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동점 골과 역전 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했다. 한국이 북한과 16차례 A매치에서 기록한 유일한 패배였다.
29년 만에 다시 평양에서 북한과 맞붙는 한국은 전력 면에서는 북한에 우위를 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37위로 북한(113위)보다 76계단이나 높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한국은 북한과 팽팽한 승부를 이어왔다.
북한에 최다 골, 최다 점수 차 승리였던 1993년 10월 28일에 열린 1994년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고정운, 황선홍, 하석주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한 이후에는 2골 이상을 넣지 못했다. 2005년 8월 4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0-0 무승부를 시작으로 2008년 9월 10일 ‘제3국’(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종예선 1-1 무승부까지 5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이 이어졌다.
2009년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김치우의 결승 골로 1-0으로 이겼지만 2015년 8월 9일 동아시안컵에서는 다시 0-0으로 비겼다. 마지막 남북대결이었던 2017년 12월 12일 E-1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에서는 북한 리영철의 자책골 덕에 1-0으로 힘겹게 이겼다.
상당수 해외파가 빠졌던 동아시안컵과 달리 이번 벤투호에는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저돌적인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상하이 선화) 등 최정예 멤버가 소집됐다. 이런 우리 태극 전사들도 생애 처음 경험하는 ‘평양 원정’은 다소 부담스럽다. 김일성경기장은 인조잔디 구장이어서 천연잔디에서만 뛰어왔던 우리 선수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인조잔디용 축구화를 준비한 가운데 경기 전날 그라운드를 밟아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또 기대했던 육로나 전세기를 이용한 직항로 대신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이틀에 걸쳐 방북길에 오르는 데다 남북 관계 경색으로 입국 과정과 훈련장 배정 등에서 북한의 홈 텃세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한국 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가 북한의 비협조로 동행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울 5만여 북한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이 펼쳐지는 것도 태극전사들이 극복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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