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지방권 과기특성화대학이 설립되는 것에 대해 각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전의 에너지분야 특성화 대학인 ‘한전공과대학교(한전공대)’는 최근 교육부에 학교법인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올해 말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간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80만명을 넘어섰던 만 18세 학령인구는 한전공대 설립 이후인 오는 2024년께 40만명대로 20여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구조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2018년 대학 정원이 계속 유지될 경우 2024년에는 대학 정원 미달 규모도 12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존 대학들의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산업기반과 인구 여건 등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에 국가 경제 한 축을 담당하는 공기업 재정으로 특성화대학을 짓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현재 대부분의 과기특성화대학들이 교육 현실보다 정치적인 산물로 지역 안배에 따라 설립돼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올해 낸 ‘국내 대학경쟁력의 현황과 이슈’ 자료에 따르면 광주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은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연구비 등 투자 여건은 매우 양호한 반면 학생 중도 이탈률은 2.1%로 포항공과대(1.0%), 서울대(1.1%), 고려대(1.8%), 성균관대(2.0%) 등보다 높다. 정부 재정과 장학금·병역특례 등이 상대적으로 집중되고 있지만 우수한 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셈이다. 기존 광주과학기술원 등을 통한 에너지 연구 기반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전공대가 들어설 전북·전남 지역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세는 특히 심각하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5년 학령인구는 2018년에 비해 전북 12.53%, 전남 12.07%, 광주 11.2% 줄어들며 전국 최대의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30년에도 전북·전남의 학령인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20%대의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 탓에 타지역 학생을 유치하려면 결국 막대한 예산이 요구되는데 천문학적 부채를 진 한전이 중장기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KT 등이 세운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도 예산문제로 문을 닫고 KAIST에 흡수된 바 있다.
한 서울 유명사립대의 핵심 관계자는 “우수한 연구진과 학생이 모인 학교를 두고 정부 및 사회적 지원은 다른 곳을 향하는 셈”이라며 “국내 연구 기반을 확대하려면 또 하나의 ‘옥상옥’이 아닌 ‘선택과 집중’에 따른 지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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