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의 이번 일본 방문으로 한일갈등 해소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관료급에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총리의 방일은 한일 수뇌급 대화채널을 복구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 총리의 방일 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이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실제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왕 즉위식에 이 총리가 가는 부분은 그래도 (일본과) 대화의 수준이나 폭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며 “(한일관계가) 상당한 완전한 원상회복을 하려면 사전에 긴밀한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양기웅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원장은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만남은 회담은 아니지만 적어도 양국이 수뇌레벨에서 어떤 태도 변화가 상호 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며 “이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총리가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아베 총리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표하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예비회담 성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등 한일갈등의 3대 사안은 양국 정상의 정치적 명운을 건 이슈로 비화한 만큼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양보하기 어려운 국내 정치적 고려도 있기 때문에 양국이 3대 사안을 고려해서 어떻게 패키지로 딜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3대 사안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정상회담을 준비하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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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은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카드로 해석되는 만큼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가 해결되면 나머지 문제들도 순서대로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외교가에서는 도의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에 나서는 1+1+‘α’가 현실적인 해법으로 거론된다.
양 원장은 “양국이 한일 협정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중재위원회를 열고 양자 대화 채널을 복원해 싸움판이 아닌 대화판을 만들어 물밑에서 타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신 일본도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 및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를 약속하는 등 한국의 체면을 살려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총리의 방일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양국이 수차례 고위급 회담에서 큰 견해 차이를 확인했고 40여개국에서 축하사절이 오는 만큼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면담은 10분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1박 2일 양자회담을 세 차례 해도 꼬인 실타래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박우인·정영현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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