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로 서점가와 출판계가 모처럼 ‘노벨상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45년 만에 수상자 두 명이 한꺼번에 나온 특별한 해인 만큼 관련 업계의 기대감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13일 서점가에 따르면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와 페터 한트케의 대표작을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수상자 발표 다음날인 11일 오후2시 기준으로 수상자들의 책 500여 권이 판매됐다. 교보문고는 영업점마다 ‘노벨문학상 기획전’을 열고 작가들의 책을 별도로 전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수상자 발표 이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알라딘은 11일 정오를 기준으로 수상자들의 책 800권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토카르추크의 작품 ‘태고의 시간들’의 경우 평소 한주에 1권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하루 만에 152권이나 팔려 노벨문학상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수상자들이 국내에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고 여러 권의 번역서가 출간됐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토카르추크의 책은 ‘태고의 시간들’ 외에도 ‘잃어버린 영혼’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와 오는 21일 출간 예정인 ‘방랑자들(2007년)’이 있다. 한트케의 책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연극무대에 오른 ‘관객모독’ 외에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소망 없는 불행’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어느 작가의 오후’ ‘왼손잡이 여인’ ‘반복’ ‘돈 후안’까지 8권이 있다. 국내에서는 ‘태고의 시간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관객모독’ ‘소망 없는 불행’ 등이 하루 평균 수백 권씩 팔리며 주목받고 있다.
노벨문학상 작가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노벨상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과거에는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면 수상작가의 작품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게 공식이었던 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출판계에서는 사전에 수상 후보자들을 예측하고 판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올해도 출판사들은 일찍부터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작가들의 국내 출간을 준비하는 등 노벨상 특수를 기대해왔다.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책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작가는 2009년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와 2013년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 2017년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 등이 있다. 반면 2010년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2011년 수상자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2012년 수상자 모옌 등은 당시 국내에 출간된 책이 많지 않은 데다 대중성도 갖추지 못해 독자들로부터 커다란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올해는 수상자가 두 명이고 모두 국내 인지도가 높은 작가이면서 출간된 작품도 다양하다는 점에서 노벨상 특수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박하영 알라딘 도서팀장은 “수상 작가 모두 이미 국내에 출간된 작품들을 통해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고 이번 수상으로 관심과 인지도가 더욱 높아진 만큼 당분간 노벨문학상 이슈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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