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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 "발전소, 이젠 드론·AI 등 혁신벤처 성장 돕는 테스트베드"

벤처기업 애로 듣고 실증기회 제공...효율 향상에도 도움 돼 '윈윈'

경쟁력 강화 TF 발족, 설비 국산화율 5년내 90%로 상향 목표

수소발전 원천기술 개발...내년 당진발전소에 플랜트 건설 예정





“발전소는 드론·인공지능(AI)·로봇 등 신생 벤처의 훌륭한 ‘실증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벤처는 신기술 상용화를 위한 기술 테스트를 할 수 있고 발전사는 이를 접목해 첨단 발전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으니 서로 이익이죠. 발전사가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발전공기업협력본부에서 만난 박일준(55·사진)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발전사의 ‘소명’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발전회사가 이전에는 ‘값싼 전기’를 차질 없이 공급하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발전설비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진전 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얼마 전 발전소용 청소로봇을 개발한 국내 벤처업체를 만나 애로사항을 물었더니 ‘거의 상용화 단계인 기술을 개발했지만 막상 시험해볼 기회가 없다’고 하소연했다”며 “곧장 내부 검토를 거쳐 (동서발전에서) 실증 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이 업체를 포함해 2곳의 청소로봇 회사 제품을 충남 당진화력발전소에서 테스트한 결과 발전효율이 최고 7% 이상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그는 “당시 실증을 거치면서 이동식 레일이 있으면 청소로봇이 한 대라도 여러 개의 패널을 청소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까지 새로 고안해냈다”며 “이를 토대로 현재 국가과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담=서정명 경제부장 vicsjm@sedaily.com



박 사장이 동서발전 부임 이후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해 11월 발전사로는 최초로 열화상 진단에 성공했다. 한 벤처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AI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구동하는 드론에 카메라를 장착, 불량설비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박 사장은 “신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기업에서 적용을 멀리하고 설비에 하자라도 발생하면 책임 소재도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꺼려온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사업화 실증 기회 제공은 발전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사회공헌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발상의 전환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소를 냉각하고 배출된 온배수가 흘러들어 해수가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배수온도 AI 예측을 통한 순환수펌프 최적기동 시뮬레이션) 개발로 이어졌고 지난달 북미 전력원가협회 수상으로 이어졌다.

박 사장은 발전 현장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서발전은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오는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무선센서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밀폐공간 내 작업자 안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밀폐공간 안에 유해가스 성분을 감지하고 작업자의 호흡수와 맥박, 보폭, 이동 방향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또 작업자의 움직임과 설비의 이상 유무를 자동으로 확인 가능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발전시설 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산 지역 화력발전소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저황유 발전연료 비중을 늘린 것 역시 ‘값싼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 최소화에만 몰두하던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려는 시도였다. 기존 고유황 연료를 사용해도 황산화물 배출량이 정부가 정한 기준 이하였지만 그로 인한 환경오염까지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적잖은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저황유 연료 사용으로 인한) 비용편익분석을 해보니 결과적으로 150억원 ‘마이너스’가 됐다”면서도 “그러나 학계에 자문을 구해보니 연료 변경에 따른 환경복원비용 절감 효과가 180억원으로 나타나 경제 전체적으로는 30억원가량 부가가치를 늘리는 셈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발전공기업으로서, 최소한 발전 분야에서는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이익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서발전은 최근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앞장서고 있는 사회적 가치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SK 등 민간기업들과 협의체도 구성했다. 아울러 지난 3월 동서발전을 포함해 남부·남동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석유공사 등 5개 에너지공기업이 참여한 동남권에너지공기업협의체를 발족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무 담당자들과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도 빠지지 않는다. 동서발전은 ‘2020 동반성장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국산화 기술 연구개발(R&D) 확대 및 1,000억원 투자 △벤처기업 100개와 신규 창업 30개 육성 △4차 산업형 스마트팩토리 핵심기업 30개 지원 등 동반성장 10대 주요 추진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박 사장은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해 국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수출·구매 상담회를 여는 등 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서발전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중요성이 부각된 국산화 작업을 위해 지난달 발전설비 국산화·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현재 80% 수준인 동서발전의 발전설비 국산화율을 향후 5년 내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720억원을 투입해 현재 사용 중인 외국산 부품 3,500개 중 절반가량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경기도 일산 화력발전소의 경우 2014년부터 가스터빈 5호기를 100% 국산화해 정비비용 110억원을 절감했다”고 소개했다.



5대 발전사로서 새로운 소명을 고민하며 혁신성장에 앞장서지만 박 사장 앞의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시행 이후 한국전력을 비롯해 동서발전 같은 발전사의 실적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정부는 한전과 발전사들의 실적 부진이 고유가로 인한 원가 상승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량 공기업이던 동서발전의 이자보상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1.0보다 낮으면 금융이자를 갚기에도 급급해졌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전과 5대 발전사의 부채비율은 올 들어 100%를 넘어섰으며 2023년까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일부 발전사는 2023년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실적 부진은 경영진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해외진출을 돌파구로 삼으려고 한다. 아직 해외사업 비중은 다른 발전사 대비 낮기 때문에 계속 늘려나가면서 수익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동서발전이 지난달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으로 온실가스를 활용한 수소발전 원천기술 4종에 대한 개발에 나선 것도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속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수소와 10㎾급 전력을 함께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고순도 수소 및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저온 플라즈마 반응을 통해 국내 최초로 배기가스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국책과제로 개발하고 있다. 내년부터 당진 화력발전소에 실증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또 수소자동차용 연료전지를 발전용 연료전지로 확대하기 위해 4월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국내 독자기술 기반 1㎿급 수소연료전지 발전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 안에 울산 화력발전소 내에 1㎿급 발전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연료전지의 경우 원천기술이 해외에 있어 국산화 개발이 시급하다”며 “이번 자체 R&D 과제가 국내 수소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내 수소에너지 산업 국산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을 넘어 정치권 이슈로 번진 한전공대 설립 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보자’는 소신을 밝혔다. 현재 한전은 1조6,000억원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한전공대 설립 재원 마련을 위해 동서발전을 포함한 발전자회사와 공동출연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부담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한전 측 설명이다.



박 사장은 “한전그룹 관계사로서 공동부담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일회성으로 돈을 내는 것 말고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전국에 발전자회사가 흩어져 있으니 각 지역에서 발전 사업을 확대하고 그 이익을 한전공대에 운영비로 지원하는 식으로 하면 보다 장기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한전과 출연 분배에 나서는 발전사 모두에 도움이 되는 명분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리=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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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경북 포항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1987년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2011년 지식경제부 정책기획관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국 국장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 실장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 실장 △2018년 2월~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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