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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병든 실손의료보험, 어떻게 치료할까

조재린 보험연구원 부원장





올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있어 의미 깊은 해다.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가 열린 지 30주년을 맞이했다. 실손의료보험이 표준화돼 운영된 지 꼭 10년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를 찾기도 무색하게 건강보험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국민 복지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보다는 반목이 앞서 해묵은 갈등만 키워온 셈이다.

건강보험은 각자 떨어진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조기 정착이 남긴 충분하지 못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하고 실손의료보험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폭풍 성장이 남긴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 한발 더 다가가 보면 서로의 숙제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어느 정부라 할 것 없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위해 수많은 재원을 쏟아부었지만 보장률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이를 지나치게 성장한 실손보험 탓으로 돌린다면 왠지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의료비 부담을 느낀 많은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에 몰렸다면 그만큼 보장성 강화 정책이 더디고 소극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러면 자발적인 가입방식인 실손보험이 어쩌다 폭풍 성장하게 되었는지가 설명된다.

급히 먹는 떡에 체하듯 급성장에는 후유증이 따르기 마련이다. 취약한 공보험의 공백을 보완하기에만 급급했고 건강에 소홀히 하다 보니 결국 소비자 생활과 직결된 실손보험이 심하게 병들어버렸다. 미래 리스크보다는 단기 경영에 역점을 둔 보험회사들이 병의 원인을 제공했다. 여기에 실손의 허점을 악용한 의료공급자와 가입자들이 증상을 악화시켰다.



그렇다면 병든 실손보험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회사와 계약자 간에 정보 비대칭성을 수반한다. 그리고 의료영역 또한 환자가 본인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 수밖에 없으므로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는 민영 의료보험은 다른 보험 종목보다 역선택 유인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는 아무리 병원을 많이 이용해도 본인의 보험료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의료 이용에 대한 본전 심리가 작동한다. 해결책으로 개인의 의료 이용량을 보험료에 반영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실손보험은 포괄 보장 구조다 보니 도덕적 해이에 무척이나 취약하다. 보험제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비윤리적이거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경우 제도의 유용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이러한 현상이 극단적으로 심화되면 결국 제도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도덕적 해이 관리의 필요성이 큰 비급여를 급여와 분리하고 보장영역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의료 이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행동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 의학은 과학이지만 의료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은 아픈 병을 치료할 처방이 필요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에도 힘써야 한다. 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들에게 건강한 실손 혜택을 보장해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본격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과 같이 각자 입장만 반복되는 지난한 상황은 국민들을 지치게 할 뿐이다. 이제는 참여하고 있는 모든 주체들이 다 같이 지혜를 모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의 건강보장을 책임지는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간에 상호협력과 역할관계 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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