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인근의 압하지야 공화국이 북한 노동자의 외화벌이를 차단하려는 유엔(UN) 제재의 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압하지야 공화국은 국제법상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영토의 일부인 자치공화국이지만 지난 2008년 러시아 침공에 따라 조지아 중앙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자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포했다.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압하지야를 독립국으로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일부에 불과하고 유엔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유엔 회원국이 아닌 압하지야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지킬 의무가 없어 시아가 북한 ‘외화벌이 일꾼’의 본국 송환을 이행하지 않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WP는 이날 압하지야의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보도한 기사에서 러시아 입장에서 압하지야가 북한 노동자 추방과 본국 송환을 요구한 유엔 제재를 회피하기에 편리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낮에 아파트와 약국, 철로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고 구 소련의 버려진 휴양 리조트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유엔은 2017년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줄을 옥죄기 위해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올해 말까지 귀국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한때 약 4만명에 달했던 러시아 근무 북한 노동자는 현재 1만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러시아는 오는 12월 22일까지 남은 이들을 본국에 송환하겠다고 한 상태다. 하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압하지야를 북한 노동자들을 돌려보내는 대신 안전하게 근무할 장소로 제공하는 곳이 될 수 있고, 러시아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를 압하지야에 숨겨 북한 정권의 호의를 얻길 희망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현재 약 400명의 북한 주민이 수도 수후미를 포함해 압하지야로 이전했다고 WP는 전했다.
사할린 극동지역의 한 건설업자는 한때 1,000명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했지만 지금은 120명만 남았고, 지난 2년간 90명 가량이 이 건설업자의 도움을 받아 압하지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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