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직장어린이집 설치와 관련, 이행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제도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일부 중견기업과 회계법인 등은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고 벌금으로 때우는 식의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을 짓는 것보다 벌금을 무는 것이 이득이라는 셈법으로 매해 억대의 이행강제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14일 서울경제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라이나생명보험·삼정회계법인·안진회계법인 등 6곳이 지난 5년(2014~2018년) 연속 미이행 사업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4회 이상 공표된 사업장은 다스·이대목동병원·티웨이항공 등 16개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행강제금을 가장 많이 납부한 사업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불거진 다스로 현재까지도 직장어린이집을 미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직장어린이집 설립 의무를 미이행한 사업장은 총 137곳이다. 2019년 기준 실태조사 결과는 내년 5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일부 기업이 어린이집을 설립하지 않고 매년 억대의 이행강제금을 내는 방식으로 몇 년째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절반가량의 미이행 사업장이 이행강제금을 내고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않아 이듬해에 또다시 이행강제금을 지불했다. 2017년부터 총 47건의 이행강제금이 22개 사업장에 부과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11개의 사업장이 2회 이상 이행강제금을 냈다. 이행강제금을 지불한 사업장의 평균 보육 수요는 무려 228명에 달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 2회 매회 1억원의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행강제금은 평균 7,400만원에 달한다. 특히 다스의 경우 5년 연속 직장어린이집 미이행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으며 현재까지 총 5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2019년 기준 다스의 보육 수요는 336명이다.
기 의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직장 내 어린이집 의무화는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정책으로 일·가정 양립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다. 따라서 근로자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직장 보육시설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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