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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지자도 대통령이 품어야할 국민…반대 목소리 경청하라"

[이젠 소통과 민생이다] <상>아집과 불통 벗고 귀 열어야

상대방 인정 않는 '확증편향'이 국민분열 야기

靑오더에 따라가기 바쁜 여당도 소통의지 미흡

자기 뜻대로 관철하려 말고 물러설 줄도 알아야





지난 두 달간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우리나라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와 반대자로 가른 ‘조국 사태’는 조 전 장관이 지난 14일 전격적으로 사퇴하면서 마무리됐다. 조국 사태는 ‘아집과 불통의 정치’라는 우리나라 정치의 케케묵은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 초기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격 없이 대화하며 ‘소통의 아이콘’이었던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거부하는 절반의 국민 요구를 저버리고 임명을 강행해 국민 분열이 야기되면서 ‘소통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대화를 통해 타협안을 도출하는 정치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김문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서경 펠로(자문단)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통의 정치’를 구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문현 교수는 15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정책과 인사가 대통령에 의존해 수립되고 이뤄진다”며 “대통령은 국민들과 야당의 의견을 수렴해서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잘 듣지 않아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장관 인사권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가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야당이 아주 반대하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갈등을 조장하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도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청와대가 헷갈리고 있는 게 있다”면서 “장관 임명권은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임한 권한을 행사할 때는 야당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국민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여당은 인사권을 행사할 때뿐만 아니라 정책을 수립할 때도 이른바 ‘정책 소통’을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문현 교수는 “국정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주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대통령과 여당”이라면서 “여당이 국정과제 등을 수행할 때는 야당과 잘 협의해서 때로는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자기 뜻대로 관철하려고만 하면 그게 정치라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회제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여야 소통이 원활해지려면 역설적이게도 여당이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청와대 오더만 떨어지면 그저 따라가기 바빠서는 야당도 여당과 소통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원활한 소통을 통해 실종된 ‘정치’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 교수는 “한국 정치는 갈등과 분노·대립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확증편향으로 자기 진영만 챙기다 보니 정상적인 작동 자체가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하게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자주 만나 야당을 품고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한다면 국정 동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야당도 자기 주장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민전 교수 역시 상대 진영에 대한 배타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민전 교수는 “문 정부가 소통 부문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인사를 할 때 같은 진영 내에서 사람을 찾겠다고 했던 게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준석 교수는 “집권 3년 동안 국민과 직접 소통으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상하게 대통령이 열린 청와대를 강조했는데 청와대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든다. 왜 거기만 가면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소통의 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대통령과 여당의 ‘소통 의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 제도가 제왕적 대통령제인지, 그렇다면 개헌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김준석 교수는 “20대 국회는 얼마 남지 않아 개헌은 어려워 보인다. 단 21대 국회에서는 개헌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 “임기 말 대통령과 새로 시작하는 국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개헌의 동력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전 교수는 “원포인트 개헌이 이뤄진다면 국회에 인준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대통령도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을 지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현 시국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국가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대통령과 수석의 의지의 문제가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준석 교수는 “소통을 하는 정치인은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자기편에 의해 배척당하기 마련”이라며 “그런 부분 때문에 정치인은 대의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확성기 역할만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안현덕·방진혁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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