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한 영화 ‘판소리복서’는 병구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 분)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신박한 휴먼 드라마다.
정혁기 감독의 단편 영화 ‘뎀프시롤: 참회록’의 확장판이다. 엄태구는 과거의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전직 프로복서 병구 역을 맡았다. 엄태구는 “(45세에 챔피언이 된 복서 )조지 포먼을 아시는 분들이 보시면 재밌어 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단편 영화를 보고 단숨에 영화에 매료된 엄태구는 “뭔가 이상하면서도 웃기고, 슬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상해서 좋았다. 웃기면서 슬프기도 하고 ‘쟤네 뭐하지?’ 싶었다. 그런 독특한 점이 좋았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판소리 복싱’의 정체는 흥과 한이 녹아있는 동작에서 유추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판소리 복싱’은 우리나라 고유의 장단과 복싱 스텝을 연결시킨 극중 ‘병구’의 필살기이다. 휘모리 장단에 맞춰 스텝을 밟고 팔을 휘두르는 등 ‘판소리 복싱’은 단순히 힘과 기술로 승부하는 복싱의 에너지를 뛰어넘는다. 특히 판소리 복싱 장면에서 나오는 “번개같은 주먹 병구주먹 청둥같은 장단 민지장단. 병구란놈 정신 번쩍드오 민지장단에 불끈불끈” 등의 흥미로운 가사들이 극의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몸동작이나 리듬을 타기 위해 엄태구는 매일 복싱을 6시간씩 연습했다. 선수들이 보기에도 ‘진짜 복서’ 같은 느낌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복싱 기본기를 배우고 나서 장단에 맞춰 이 동작, 저 동작 해 보고, 주변 분들에게 뭐가 괜찮은지 물어봐 가면서 영화로 표현해 냈다고 했다.
엄태구는 이번 작품을 위해 복싱에 연습에 매진하다 보니, 어깨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열심히 재활했다. 지금은 괜찮다. 안 하던 사람이 매일 복싱을 하니까 무리가 왔다. 몸 안에서 염증이 났다. ”며 현재는 상태가 좋아졌음을 알렸다.
‘병구’(엄태구)는 ‘민지’(이혜리)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도전을 시작한다. 혜리와 멜로 호흡이 너무 좋았다는 그는 “혜리 씨 밝은 에너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혜리씨의 연기를 보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작품은 판소리와 복싱, 필름 사진, 재개발, 유기견, 치매 등의 요소를 보여주며, 전체적으로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것의 아쉬움과 작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태구는 “시대가 바뀌고 어차피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잊힌다는 대사가 인상 깊었다. ”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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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모두가 사라진다’는 게 온몸으로 와닿으면서 두렵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엄태구는 ‘잉투기’(2013)로 존재감을 알렸다. 실제로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병구처럼 이성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꼭 결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출하기도 했다. 엄태구는 “발음이 좋아지기 위해 매일 성경을 읽으며, 배우자 기도도 한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배우자 기도를 빼먹는 경우가 많다”는 엉뚱한 답도 들려줬다.
엄태구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자신의 성격과는 다른 캐릭터로 자유롭게 연기할 때의 쾌감이 좋다고 했다. 물론 “연기를 하는 순간은 재밌는데 과정은 두렵고 떨리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나마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연기예요. 포기하기 싫다. 매 작품이 도전이다.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붙잡고 있다. 제 직업이니까 잘하고 싶고 그렇다.”
엄태구의 차기작은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이다.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깡패 역으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엄태구는 “깡패로 이렇게 길게 나온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새롭다. 박훈정 감독님의 느와르를 정말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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