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드 마이어 국제노동기구(ILO) 선임자문관은 16일 한국 정부가 최근 국회에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 “현 시점이 비준의 적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 마이어 선임자문관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핵심협약의 비준은 하나의 정치적 약속으로 한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이행해 성과를 낼 적기가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사관계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국내법 정비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비준은 더 늦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재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관련 87ㆍ98호와 강제노동 관련 29호의 비준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는 협약의 비준을 정치적 약속이라고 한 데 대해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한국이 처음 비준을 약속한 게 21년 전인 지난 1998년”이라고 지적했다. G20 회원국의 대다수, OECD 회원국 37곳 중 32곳이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했다는 게 드 마이어 선임자문관의 설명이다. 그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함으로써 노동 분야에서 통상적 수준의 국제기준을 도입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가 걸려 있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들었다. 드 마이어 선임자문관은 “EU 회원국의 한 회사가 OECD 회원국과 거래할 때는 그 나라가 노동기준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약속을 하고 이행했는지를 살피는 경향이 있다”며 “높은 노동기준이 실질적인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게 그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그는 협약을 비준할 경우 국내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받게 될 제약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김경윤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은 정부가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함께 제출한 이유에 대해 “(노사에 대해) 규범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 역시 협약의 비준이 보편적 국제규범이란 사실을 이해하고 있지만 결국 국내 노사 당사자에게 적용돼야 할 법률적 사항”이라고 말했다. 드 마이어 선임자문관은 “ILO에서는 국내 법안에 대해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지 검토를 거쳐 법적 구속력 없는 비공식 의견을 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드 마이어 자문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사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는 “(협약 비준으로) 노동 기준을 강화하면 단기적으로 개별 기업 비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이익이 크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구매력이 커지고 기업 이익이 개선되며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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