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백마를 타고 김씨 일가의 상징인 백두산에 올랐다.
백두산은 김씨 일가가 북한 내에서 지도자로서의 위상과 정권의 정통성을 선전하기 위해 신성시해온 곳으로 김 위원장은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항상 이곳을 찾았다. 지난 2013년 김 위원장은 집권 후 당시 북한의 실세였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을 앞두고 백두산을 방문했다. 북미관계 악화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2017년 겨울에도 김 위원장은 백두산행을 택했고 이듬해인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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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미대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른 만큼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백두산을 찾은 김 위원장은 “지금 나라의 형편은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 책동으로 의연 어렵고 우리 앞에는 난관도 시련도 많다”면서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더는 고통이 아니라 그것이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도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압박용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비핵화 협상판을 깰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연말까지는 핵실험 재개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자리 잡은 삼지연군의 인민병원과 치과전문병원 건설사업, 삼지연들쭉음료공장 등을 찾아 무력도발보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내부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한편 북한의 거듭된 공세에도 침묵을 지키던 미국은 미중 무역협상이 일단락되자마자 중국에 대한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하며 반격 태세를 갖췄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는 15일(현지시간) “우리가 지금 당장 중국으로부터 보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제재 집행 문제에서의 불이행”이라며 대북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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