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 6월 연구소에 업무 관계 종료를 통보한 데 이어 8월에는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서 나가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달 초에는 10월 중순까지 강제 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통보했다.
연구소는 데이터 기반 연구를 통해 서울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에게 빅데이터를 교육하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의 주도로 2017년 4월 설립됐다. 서울시는 개포디지털혁신파크 내에 연구소 공간을 2020년 4월까지 3년간 제공하고 산하기관인 서울디지털재단을 통해 사업비 70%(연 20억원 수준)를 지원하기로 했다. 연구원에서 근무할 직원은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이 채용했다.
서울시가 돌연 업무 관계 중단과 퇴거를 통보한 것은 투입된 예산에 비해 업무 성과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를 해보니 당초 서울시에서 예상한 것보다 연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업무 관계 종료를 통보한 것”이라며 “임대차 계약은 내년 4월까지 돼 있지만 도중에 업무 관계가 중단되면 임대차 계약도 끝낼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연구소와 공식적인 업무 관계가 끝났기 때문에 법적으로 퇴거 명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월 말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들어서는 것도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기관인 프랑스 ‘에콜42’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서울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약 5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개포디지털혁신파크의 새롬관·마루관(각 5층) 2동의 건물을 쓰게 된다. 연구소는 현재 새롬관 3·4층을 쓰고 있다. 연구소 측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들어온다고 해도 남은 7개월 정도는 일부 남은 공간을 연구소가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올해는 서울시가 한 푼도 지원을 안 해서 사무실 리모델링 등에 서울대 예산을 사용했는데 어떠한 정산도 없이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운영이 더 정책 우위 사항이기 때문에 퇴거를 지시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어느 사업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고 그에 맞춰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지자체의 몫”이라면서도 “3년간 사업을 한다고 홍보해놓고 도중에 그만둔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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