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교육구인 시카고 교육청(CPS) 소속 교사·교직원들이 시 당국과의 단체교섭 결렬로 3년 만에 총파업을 벌였다.
CPS 교사·교직원 3만2,500여 명이 가입된 시카고 교원노조(CTU)는 17일(이하 현지시간)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 교문 밖 거리와 도심 시청 앞 주요 도로 등에서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CTU는 16일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과 시카고 교육위원회가 제시한 최종 제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선택했다.
시카고 시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 17일 하루 CPS 산하 모든 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단,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위해 교문을 열어놓고 비노조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맞았으며 급식은 정상 제공됐다. 또 공립도서관과 YWCA 등 복지기관은 학생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7일 오전 9시30분부터 노사협상을 재개한 제시 샤키 노조위원장은 “생산적인 대화가 오갔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CTU는 애초 하루 파업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16일 밤, “노사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교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CPS 산하 660여 개 학교 36만여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 건강보험료 본인 부담 인하, 학급 규모 축소, 커뮤니티 스쿨 증설, 간호사·사서·카운슬러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라이트풋 시장은 “적자난에 처해있는 시카고 시 재정상 무리일 뿐 아니라 교육 예산을 감당하는 납세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CPS는 향후 5년에 걸쳐 임금 16%를 인상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3년 15%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비영리 싱크탱크 ‘일리노이 정책 연구소’(IPI)에 따르면 시카고 교사 중간 연봉은 7만5,000달러(약 8,800만 원)다.
시위에 참가한 테프트 고등학교 역사 교사 스캇 플렝크너는 “우리는 교사다. 우리는 미래 시장을 가르치기도 한다”면서 “공정한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라인버그 초등학교 특수교육 교사 팻 그라바우스키는 “라이트풋 시장이 재선을 원한다면 (노조의) 요구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라이트풋 시장은 “최선의 제안을 했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 지는 미지수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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