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의 역사는 학원의 역사다. 사교육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동의하고 싶지 않겠지만 어떤 학원을 다녔느냐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입학 대학을 좌우한다.
학원의 역사는 부동산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부를 상징하는 강남에 교육 1번지 대치동이 있다. 유명 학원들이 밀집한 대치동은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학생들의 진학열을 끌어모으고 그 응집력은 강남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호재로 작용한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서민이 구입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다른 지역도 무시할 수 없는 부촌으로 성장하면서 이제 학원가는 서울 곳곳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에 이어 명문 학원가로 자리 잡은 서초구 반포동, 마포구 대흥동, 인천 연수구 송도동이 대표적이다. ‘대목중’ 부럽지 않은 ‘반대송’이라는 신조어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학원가 형성에는 역시 아파트 가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값이 높아지면 신흥 부촌이 형성되고 여유로워진 가정 경제를 바탕으로 학원 수요가 생기면서 밀집된 학원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마포구의 학교 교과 교습학원 수는 493개로 2017년 12월(450개)보다 약 10%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학교 교과 교습학원은 학생들이 다니는 입시·예술·체육 등 일반 학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생직업교육학원과 구분된다.
마포구 아현동 일대는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2014년부터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시작으로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에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대거 마포구로 입주하면서 신흥 부촌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구매력 있는 주민들이 입주하면서 학원 수요도 잇따른 셈이다. 마포구뿐만 아니라 ‘마용성’으로 불리며 직주근접지역으로 언급되는 용산구·성동구 일대에도 학원가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3년 새 마포 14.71%, 성동 13.65%, 용산 13.45% 등으로 가파르게 올라 서울시 평균 상승률(11.88 %)을 넘어섰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치동이 배경이 된 것처럼 신흥 학원가 근처 부동산 가격도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마포의 경우 ‘마포프레스티지자이(1,694가구)’ ‘힐스테이트신촌(1,226가구)’ 등 새로운 아파트단지가 추가로 생겨 유입되는 학생들의 교육열이 학원가를 번창시키고 다시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학원과 부동산의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이 학원으로, 학원이 부동산으로 번지는 사회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