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답게 핀 위치가 어렵다. 보기를 최소화하기로 다짐하고 참가했다.”
하반기 들어 무섭게 질주해온 신인 임희정(19·한화큐셀)이 메이저대회 우승 공식마저 풀어내며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 날 ‘노 보기’, 72홀 보기 단 2개의 탄탄한 경기력을 다시금 과시한 그는 조아연(19·볼빅) 쪽으로 기울었던 신인왕 경쟁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임희정은 20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6,66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2개의 버디를 잡아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이다연(22·메디힐)과 박민지(21·NH투자증권·이상 13언더파)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 정규 투어에 데뷔해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지난달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을 제패한 그는 세 번째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하며 하반기 초강세를 이어갔다. KLPGA 투어에서 신인의 시즌 3승 달성은 2014년 백규정(24·SK네트웍스) 이후 5년 만이다. 신인 최다승은 1996년 박세리(은퇴)가 기록한 4승이다. 이날 우승으로 신인상 포인트 310점을 보태 2,160점을 쌓은 임희정은 1위 조아연과의 격차를 300점 가량으로 좁혔다. 이번 시즌 KLPGA 투어는 3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2억원의 상금을 받은 그는 9위였던 상금랭킹도 6위(6억8,193만원)로 끌어올렸다.
웬만해선 볼넷을 내주지 않는 투수처럼 좀체 보기를 허용하지 않는 ‘짠물 골프’의 승리였다. 이번 대회 나흘 내리 선두 질주 끝에 우승한 임희정은 올해 세 차례 모두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서 정상에 오르며 ‘역전불패’ 기록을 썼다. 보기를 최소화한 수비 골프가 원동력이었다.
2위 이다연에 1타 앞선 선두로 출발한 임희정은 난도가 높은 전반 9개 홀에서 욕심내지 않는 플레이로 모두 파를 기록했다. 7번홀까지 1타를 줄인 이다연에 공동 선두를 허락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기회가 오면 공세를 폈다.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1m 남짓한 거리에 붙여 단독 선두에 복귀한 임희정은 17번홀(파4)에서 중거리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2타 차 이다연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노리고 친 회심의 세 번째 샷이 홀을 스치듯 지나치고 버디 퍼트까지 빗나가자 임희정은 두 차례 퍼트로 가볍게 파를 기록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즌 3승째를 노린 이다연은 7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해 잠시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이후 남은 홀에서 파 행진에 그쳤다. 9,750만원을 받은 이다연은 이 대회에 불참한 장하나(7억9,337만원)를 제치고 시즌상금 2위(8억4,876만원)에 오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공동 3위로 출발한 박민지는 마지막 5개 홀에서 버디 4개를 집중하는 등 이날 3타를 줄여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조아연은 1언더파 공동 14위, 상금·다승(4승)·대상포인트 1위 최혜진(20·롯데)은 1오버파 공동 22위로 마쳤다.
임희정은 “전반에 보기 없이 타수를 지키려고 했기 때문에 파 행진으로 만족했다. 17번홀에서는 버디를 하면 마지막 홀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넣으려는 마음으로 더 공격적으로 쳤다”고 돌아본 뒤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몸을 낮췄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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