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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데스 바이 아마존'을 피하는 방법

맹준호 생활산업부 차장





록펠러는 20대에 미국 석유 시장을 홀로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한다. 교통과 통신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은 당시 미국에서 ‘독점’은 가능한 개념이 아니었다. 그러나 록펠러는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독점을 실현했다. 투자를 받아 경쟁 정유업체를 인수했고 피인수를 거부하는 경쟁자는 판매가 후려치기 등 온갖 무자비한 방법을 통해 망하게 했다. 인수한 업체를 다 운영한 것도 아니다. 경쟁 제거가 목적이었으므로 돈 들여 인수한 공장이라도 전략상 필요 없다고 여겨지면 그냥 폐쇄해버렸다. 그렇게 이룩한 제국이 당시 세계 최대 기업 스탠더드오일이고 록펠러는 아직도 현재 가치환산 기준 역대 최대 부호로 꼽힌다.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미국 아마존은 21세기의 스탠더드오일이다. 사업 초기부터 단기 이익에는 관심이 없었다. 소비자의 이익 증대와 경쟁자 제압에 돈을 쓰느라 대형 적자를 내면서도 계속 투자를 유치해 메꿔나갔다. 이런 방식으로 종이책·전자책·e커머스 시장을 차례로 석권해 나갔고 현재 미국 e커머스의 49% 이상을 차지한 절대자이지만 독점에 따른 이익을 가져가지 않는다. 여전히 소비자에게 최저가와 빠른 배송, 압도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혁신 활동에 돈을 쓴다. 소비자들은 좋지만 경쟁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버틸 여력이 줄어든다.

이러다 보니 ‘데스 바이 아마존(아마존에 의한 죽음)’이나 ‘아마존 이펙트(효과)’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아마존과 부딪히면 죽는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의 크고 작은 소매점 1만개가 최근 3년 사이 문을 닫았다. 아마존은 홀푸드마켓같이 ‘똘똘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있다면 인수를 해버린다. 요컨대 아마존의 압도적인 경쟁력과 인수합병(M&A) 시도를 당해낼 전통 유통기업은 없다. 아마존이 경쟁을 허용한 분야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클라우드컴퓨팅뿐이다.

최근 파산한 한인 의류 업체 포에버21도 아마존 이펙트의 희생자라는 말이 나온다. 이 회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철수하면서 사이먼 같은 쇼핑몰 회사도 경영위기에 몰렸다. 아마존 이펙트가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부동산 회사에까지 미치고 있는 게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아마존 효과는 한국에도 미치고 있다. 쿠팡이 아마존을 교과서 삼아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연간 조원 단위의 적자를 감수하고 물류와 배송 혁신에 돈을 쏟아붓는다. 소비자에게 압도적인 혜택을 줘 업계를 평정하기 위함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런 전략을 높게 평가하고 지금까지 쿠팡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한국의 유통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사생결단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국민가격’과 ‘극한가격’을 내세우며 최저가 경쟁을 벌인다. e커머스 업체들은 쿠팡에 비해 밀리는 배송 경쟁력을 메꾸기 위해 타임세일·쿠폰살포 등 할인으로 고객을 유인한다. 이러다 보니 모두가 적자다. 이 전쟁은 몇몇이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은 이런 한국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e커머스 시장이다. 한국 유통업계가 벌이는 전쟁 과정에서 몇몇이 쓰러지면 아마존이 그중 하나를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다음은 뻔하다. 아마존이 걸어온 길을 봤을 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경쟁자를 곱게 놓아둘 리가 없다.

어쩌면 지금의 한국 유통업체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아마존 이펙트와 싸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는 세계 최고 부자가 이끄는 세계 시총 1위 기업을 현실에서 상대해야 한다.

이마트가 실적 부진 등에 따라 대표를 조기에 교체하는 쇄신인사를 단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초저가 상품과 인사 쇄신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의 지지와 신뢰를 미리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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