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시장 업황이 악화되면서 ‘틈새시장’을 개척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트렌드가 로펌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인수합병(M&A)과 공정거래·조세·금융·국제중재처럼 전통적인 법률시장에서 벗어난 블록체인·인공지능(AI)·식품 및 의약분야 같은 신(新) 산업을 타깃으로 하는 법률서비스가 새롭게 주목받고 시작했다. 로펌들이 기존에 변호사들이 활약하던 분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과 먹거리를 적극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바른(대표변호사 박철)이 올해 미래 먹거리로 지정하고 출범시킨 ‘식품의약 전담팀’ 역시 그 일환이다. 바른의 식품 및 의약분야 전문팀은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처음이다. 급속히 성장하는 식품의약 산업에 대해 고객에게 체계적인 대응책을 제공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 팀장을 맡은 김상훈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10명의 변호사가 식·의약품, 바이오, 화장품, 한약, 의료기기 등 식품의약산업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종 법률문제를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분쟁 해결을 돕는다.
최근에는 의료전담 재판부 판사 출신인 이동훈 대표변호사와 의사 자격을 소지한 변호사 3인 등을 영입해 전문성을 보강했다. 팀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식품산업 전반을 연구해 ‘식품위생법 해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바른 관계자는 “바른 식품의약팀은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의약품 등의 산업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산업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해설서를 계속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른의 이 같은 변화는 시장 흐름에 발맞춘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식품 및 의약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HMR(가정간편식) 시장규모는 근 3년간 63% 성장해 지난해 3조2,000억원 규모를 달성했다.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2020년 7조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국내 제약시장은 연평균 5% 내외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 확대와 함께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련 법률서비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식품의약분야 사범을 엄단하기 위해 검찰 내에 수사를 전담하는 중점청을 지정하고 관련 범죄 검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2015년 식품의약안전 중점청 지정 이후 650억원대 가짜 영광굴비 유통사건,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사건 등 관련 사건을 유관 부처 파견 전문가와 협력해 해결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같은 제약 또는 의약품 분야의 법률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틈새시장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틈새시장 공략은 다른 대형 로펌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동인은 대형 로펌 중 처음으로 환경바이오팀을 신설했다. 기존에 활약하던 폐기물·친환경발전·독성 분야를 기본으로 바이오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충정도 기존의 제약의료팀에 더해 건보의약팀을 신설했다. 법무법인 세종 역시 의료제약전문팀을 바이오헬스케어 전문그룹으로 확장해 시장 집중 공략에 나섰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식품 및 의약분야를 비롯해 환경, 바이오 등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규제도 늘어난 탓에 대형로펌에게는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