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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상식 결여된 트럼프 시리아 정책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정책까지

개인야심 앞세워 외교참사 불러

비용·위기 수습 결국 미국인 몫





이렇듯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위기를 만들어낸 외교정책이 일찍이 있었던가.

터키가 쿠르드족과의 휴전을 일시적 ‘동작 그만(pause)’으로 규정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쿠르드족 근거지인 시리아 북부지역에 대한 터키의 군사개입을 허용했고 이로 인해 미국을 도와 이슬람국가(IS)와 싸운 쿠르드족은 ‘토사구팽’을 당한 반면 그 반대편에 서 있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입지는 한결 공고해졌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터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지만 양국 관계는 크게 훼손됐다.

그는 앙카라에 제재를 가했고 이란 경제를 “완전히 파괴해 말살해버리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터키의 군사개입이 시작되자 시리아 주둔 미군은 그들이 보유해온 무기가 적대세력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기고를 폭파했고, 워싱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우방국인 터키가 시리아 북부지역으로 진입하자 현지 미군 병력을 안전지대로 공수했다.

중동의 우방국들은 미국이 취한 조치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의 말이라면 무조건 지지하는 공화당조차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조치를 맹렬히 비난했다. 미 군부 역시 쿠르드족을 배신한 워싱턴에 강하게 반발했다.

9일 트럼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시리아를 침공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조잡하게 작성된 트럼프의 서한을 누군가 장난삼아 만들어낸 패러디쯤으로 여겼고 에르도안은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쿠르드족을 정조준한 군사행동에 착수했다.

트럼프가 시리아에서 취한 조치들은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인 마틴 인디크가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에서 설명한 것처럼 엉망진창인 중동정책의 한 부분이다. 중동정책을 다루는 미 행정부 내 주요부서의 요직을 두루 섭렵한 인디크는 구체적인 예를 적시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중동지역 전문가들을 솎아냈고, 장기간 유지돼온 정책을 뒤집었으며, 상식에서 벗어난 외교적 접근법이 혁신적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생각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인디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고, 이 때문에 워싱턴의 외교정책은 사실상 이 지역에 총체적 외교참사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 종종 그랬듯, 냉소적인 현지 지도자들은 눈치 없는 아웃사이더를 교묘하게 조종해 그들의 개인적 어젠다를 챙겼고 그에 따른 비용은 멋모르는 미국인들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이어 “집권 3년 차로 접어든 트럼프는 이란에 제대로 대처하거나 중동의 평화를 촉진하는 외교적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며 “그가 내놓은 정책들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에 연료를 제공했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소외시켰으며, 끝날 줄 모르는 예멘의 내전과 인도주의적 위기에 기름을 부었을 뿐 아니라 아마도 영구적으로 걸프협력회의(GCC)를 분열시켰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시리아 정책만 특별히 문제인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곳곳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한 트럼프의 초기 대응법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으름장과 함께 세 척의 항공모함을 북한 영해 인근으로 급파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는 수시로 김정은을 요란스레 치켜세웠고 급기야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취소했고 기꺼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용의가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북한이 그에 걸맞은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의 일방적 구애는 빛이 바랬다.

이란을 겨냥한 외교정책도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자신이 임명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이란 핵 협정에서 발을 뺀 트럼프는 테헤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이란 혁명수비군을 테러리스트 그룹으로 몰아세웠다. 이에 맞서 핵 협약의 일부 제한조항을 파기한 이란은 미국이 띄운 드론을 격추했고,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을 폭파했다. 이란의 도전에 부딪힌 트럼프는 군사적 대응을 자제해가며 이란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해결책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긴장 수위는 계속 올라갔다.

트럼프 외교정책의 특징은 전문가들에 대한 경멸감과, 역사와 과거의 정책에 대한 관심결여다. 지난 대선 유세 중 누구에게 외교정책에 관한 자문을 구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나 자신”이라고 대답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두뇌보다 배짱을, 이성보다 감성을, 국가적 이익보다 개인적 야심을 앞세운 데 따른 직접적 결과다.

그리고 최근 몇 주간 발생한 일부 반발은 엉망진창인 외교정책에 신물이 난 한 전문가들의 저항이다. 시리아에서의 참담한 외교적 실패를 지켜보노라면 어쩔 수 없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부유하고 오만하며 지적으로 나태한 두 명의 등장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피츠제럴드는 그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톰과 데이지는 무책임한 인물이다. 그들은 주변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들을 멋대로 부숴놓은 뒤 재물이나 끝 모를 무관심 안으로 도피하거나, 그것이 무엇이건 둘을 하나로 묶어줬던 것을 찾아 뒷걸음질친다. 결국 그들이 만들어놓은 난장판을 정리하는 것은 늘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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