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달 24일 구의원 선거를 앞두고 범민주 진영과 친중파 진영이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다음 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한다. 홍콩 선거는 18세 이상의 시민이 유권자로 등록해야만 투표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 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구의원 선거가 이만큼 주목 받는 이유는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홍콩은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선출에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를 채택하고 있다. 또 홍콩 구의원 가운데 이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세 대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차지할 수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현재 친중파 진영이 구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이 117명 행정장관 선거인단도 친중파 진영이 모두 가져갔으며 범민주 진영은 현재 전체 452명 구의원 중 120명가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범민주 진영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의 영향으로 이번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은 상당수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며 패배했지만 이번에는 모든 선거구에서 범민주 후보를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범민주 정당 간 중재 조직인 ‘민주동력(民主動力·Power for Democracy)’은 각 선거구 후보 단일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115명의 구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친중파 진영은 절대적인 의석을 차지하며 18개 구의회를 모두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이번 선거에 참패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친중파 진영은 범민주 진영의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우선 다수의 친중파 인사가 속한 선거관리위원회가 범민주 진영의 후보 자격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후보 6명이 시위 구호로 널리 쓰이는 ‘광복혁명 시대혁명’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린 데 대해 질의서를 보내 이를 해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구호가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선관위는 만약 ‘홍콩 독립’의 뜻을 담아 이 구호를 사용했다면 홍콩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규정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6년 이후 선거 후보가 속한 정당의 강령을 문제 삼아 선관위가 후보 자격을 박탈한 사례는 10건에 달한다.
범민주 진영 후보에 대한 ‘백색테러’도 이어지고 있다.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가 지난 16일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들에게 ‘쇠망치 테러’를 당한 것을 비롯해 최근 범민주 진영 후보 4명이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친중파 진영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가 “패색이 짙다”며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일부 의원들은 구의원 선거 때 시위대가 투표소 포위 시위를 벌일 경우 선거의 공정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구의원 선거 자체의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콩 중문대의 마녹 교수는 “캐리 람 장관은 범민주 진영 후보에 대한 ‘백색테러’는 애써 외면한 채 친중파 의원 150여 명의 사무소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있다”며 “이들은 불공정한 상황으로 인해 선거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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