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공무원에 목맨 나머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사회적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이 아닌 다름 아닌 일본에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달 초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사회에서 일하지 않는 게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공무원이 가장 인기 많은 직종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경쟁 의욕이 사라진 결과 성장성이 큰 산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24세에 사업을 시작해 일본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을 일궈낸 창업자가 활력이 사라진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모처럼 조목조목 꼬집어 크게 회자됐다.
사실 통계 자체만 보면 일본에서 공무원의 인기는 오히려 시들해지는 추세다. 올해 국가공무원 채용시험(대졸 일반직) 응시자는 총 2만9,893명으로 지난해 대비 11%나 줄었다. 한국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 경쟁률도 올해 9.6대1로 사상 첫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올해 9급 공채 공무원 선발시험에 20만여명이 지원해 약 4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손 회장이 청년 문제를 화두로 꺼낸 것은 4차 혁명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4차 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혁명은 일본이 재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청년들이 AI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진입하지 않으면 현재의 산업구조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은 세계 최첨단 국가에서 이제는 중위권 국가가 됐다”면서 공무원을 절반 수준으로 감원해야 한다는 ‘파격 주장’까지 펼쳤다.
어쩌면 수년 전부터 극심한 취업난으로 공무원 시험 ‘광풍’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일본 재계 리더들의 발언이 다소 ‘구문’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를 이웃 나라 이야기로만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청년 취업을 비롯한 노동 시장의 문제를 공무원이나 공공 부문 일자리 늘리기로 해결하려는 우리 정부도 의미 깊게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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