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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왕의 '세계평화·헌법준수' 발언을 주목한다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도쿄 왕궁에서 즉위식을 열고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하겠다”고 맹세했다. 5월 즉위 당시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과거사 문제에 말을 아꼈던 일왕은 8월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며 보다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세계 평화와 헌법 수호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시키려 시도하는 와중에 새 일왕이 헌법 수호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레이와(令和) 시대’를 여는 일왕의 첫 메시지에 각별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갈수록 나빠지는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본은 급격히 우경화하면서 과거의 침략을 부정하고 있다. 급기야 7월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양국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이다. 이로 인한 양국의 경제피해는 상당하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소재를 확보하는 데 차질을 빚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도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한국에 대한 수출도 20% 가까이 줄었다.

새 일왕은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전후세대지만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으로부터 전쟁의 참상을 전해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레이와 시대를 일각의 우려처럼 군국주의로 치닫게 하기보다는 부친의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마침 즉위식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총리가 24일 아베 총리와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관계개선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조화’와 ‘평화’의 뜻을 품은 레이와 시대에 걸맞게 한일 양국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한 차원 발전된 관계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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