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운동선수들이 생활하는 합숙소들이 인권보호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방에 10명 이상의 학생들이 밀집해 지내면서 사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성폭력에까지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학생선수 기숙사 16곳을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방문 및 실태조사 해 23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16곳 중 4곳은 한 방에 10명 이상이 밀집해 생활하고 있어 사적 생활이 불가능했고, 별도 휴게실이 미비한 곳도 8곳으로, 학생선수들은 오로지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돼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합숙생활에서는 과도한 생활수칙과 휴대폰 사용제한, 외출제한, 삭발강요 등 일상적인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군대식 문화를 학생들에게 강요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실제 사례로는 일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저녁까지 귀가 시까지 휴대폰 압수, 이성교제 적발 시 삭발, 의류 각 잡아 개기, 관등성명 외치기 등 ‘병영적 통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성폭력 사태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학생선수 기숙사 내 발생한 4건의 성폭력 사건을 확인했다. 합숙소 내 동성 선수에 의한 유사 성행위 강요, 성희롱 및 신체폭력 등이었다. 특히 한 피해자는 중학교 때 코치로부터 개인적 만남과 음주를 강요받다 고등학생이 된 후 성폭행 당한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은 형사처벌이 이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등 2차 피해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했다.
안전 불감증 역시 학생선수 기숙사에 만연했다. 인권위가 지난 6월 진행된 교육부의 학생선수 기숙사 실태점검 결과와 시·도교육청으로부터 현황자료를 받아본 결과, 체육중·고교를 제외한 전국 초·중·고교 학생선수 기숙사 380곳 중 80곳이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었다. 인권위가 직접 방문한 16곳 중 5곳은 스프링클러, 비상구, 대피로 모두 없었다.
이같은 실태조사를 토대로 인권위는 학생들과 지도자의 공동생활을 금지해야 한다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지도자와의 공동생활을 하지 않아야 과도한 통제의 규율과 수칙이 중단되고, 생활여부의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인권위가 직접 방문조사한 16개 학교는 수도권 7곳과 비수도권 9곳으로 나뉘었다. 고등학교 13곳, 중학교 3곳이며, 남녀공학 3곳, 남자 학교 11곳, 여자 학교 2곳이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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