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도쿄에 위치한 일본 사립 명문 게이오대 미타캠퍼스를 찾았다. 이곳에서 이 총리는 한국 역사와 한일 관계에 관심이 많은 법학부 학생들과 직접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총리는 “개인적으로 한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가장 아프게 생각하는 건 청년들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어른들이 청년들의 시간과 마음을 뺏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아버지 세대가 역사로부터의 상처를 갖고 양국관계 바라봤다면 (청년들은) 그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면서상대를 보고 미래를 구축하게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법학부 3~4학년 19명이 참여했다. 사회는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가 맡았다. 니시노 교수는 게이오대 정치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친 후 연세대 정치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받은 한일 관계 전문가다.
“65년 협정 해석 차이 있으면 대화로 해결해야”
이 총리는 간단한 인사 말을 전한 후 곧바로 한일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 총리는 “한일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와 그때 체결된 여러 조약과 협정 위에 있다”며 “일본이 그러한 것처럼 한국도 1965년 체결된 모든 협정을 존중하며 지켜왔다. 앞으로도 한국은 1965년 협정과 조약을 존중하고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 협정에 등장하는 청구권 문제의 ‘완전·최종적 해결’ 문항을 둘러싼 해석을 놓고 양국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강제징용 판결 배상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다만 협정의 일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1965년 당초부터 있어왔다”며 “그런 부분적인 견해차이가 문제로 표출 될 때마다 한일 양국은 대화로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해왔다. 지금도 그런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금 양국이 부닥치고 있는 문제들은 과거에도 있어왔던 문제들이고 따라서 과거의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화가 더 촉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게이오대 학생들에게 ‘DJ-오부치 선언’ 강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일 역사관과 ‘1998년 김대중-게이조 오부치 선언’도 다시 한번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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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은 1998년 일본 국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역사관을 바탕으로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와 함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DJ-오부치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부치 총리는 이 선언에서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이 총리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그 문제를 키우지 말고 그대로 대화로 해결해나가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고 먼 후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토양을 물려주는 게 지금 세대의 책임”이라며 “양국 청년들에게 크나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총리는 학생들에게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좀 더 자유롭고 공정하게 세계와 사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청년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한일관계를 보고 상대 국가를 보고 이런 것이 미래의 양국관계를 크게 보는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더해 이 총리는 “그렇게 되도록 도와드리는 일이 우리 지도자들의 책임”이라며 “저도 그 책임을 완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日, 세계지도국…여유·배려 있어야”
이 총리의 모두 발언이 끝난 뒤에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도쿄에 대한 인상,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 운동과 한국 문화, 민간 교류 지속 방안, 도쿄 주재 경험 등에 대한 물음표를 이 총리에게 던졌다.
이에 이 총리는 “도쿄 주재원으로 왔을 때보다 지금은 좀 기력이 약해진 느낌”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전후에 대단히 발전해서 지도국가 중 하나로 발전한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가 일본에 기대하고 싶은 것은 세계지도국가의 하나로서의 여유나 배려 이런 것을 지켰으면 잃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어린 아이들의 사귐과 달리 어른의 사귐, 어른의 관계에서는 상대에 대한 이해 배려가 훨씬 더 많이 요구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리는 이날 행사가 끝난 후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개인 명함을 직접 나눠줬다.
/도쿄=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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