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쥐도 힘을 합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국인은 위기 때마다 힘을 합쳐 극복해왔습니다. 오는 2020년 위기상황을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소비자·시민·생산자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나가자는 결의를 표현했습니다.”
매년 한국 사회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전망해온 김난도(56·사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4일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0’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의 소비 트렌드로 ‘마이티 마이스(Mighty Mice)’를 지목하며 이 같이 말했다. 마이티 마이스는 1940년대 미국에서 방영된 만화영화 ‘마이티 마우스’에서 마우스(mouse) 대신 복수형인 마이스(mice)를 사용한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통해 지난 2004년부터 영문 앞글자를 조합해 다음해를 관통하는 10대 키워드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공개한 내년도 10대 키워드는 ‘멀티 페르소나(M), 라스트핏 이코노미(I), 페어 플레이어(G), 스트리밍 라이프(H), 초개인화 기술(T), 팬슈머(Y), 특화생존(M), 오팔세대(I), 편리미엄(C), 업글인간(E)’이다.
김 교수가 내년에 가장 주목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멀티 페르소나(Me and Myselves)’다. ‘복수의 가면’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정체성을 바꿔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퇴근 전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이용하고 필요에 따라 고가의 제품을 찾는가 하면 최저가 제품을 소비하는 등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현대인의 양면적 소비형태에 주목, 소비패턴을 정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에 주목되는 새로운 소비층으로는 ‘업글인간(Elevate Yourself)’과 ‘오팔세대(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등을 지목했다. ‘업글인간’은 승진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 즉 타인과의 경쟁을 의식한 스펙 쌓기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한 삶의 업그레이드에 주력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김 교수는 “업글인간 트렌드는 주52시간제 도입과 평생직장 개념 붕괴로 인생과 경력 관리의 패러다임이 달라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5060 신중년 소비자들을 일컫는 ‘오팔세대’도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도전과 활발한 여가활동으로 소비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인터넷과 신기술이 자녀 세대만큼 자유로운 이들이 정체된 시장의 활력소로 주목된다.
이 밖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페어 플레이어(Goodness and Fairness)’도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의 업무분담이나 가정 내 가사분담 등 공정을 강조하는 젊은 세대들이 상품구매에서도 제품생산부터 수익분배까지 공정성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2020년 소비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축은 세분화·양면성·성장”이라며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소비자를 겨냥하기보다 소비자 한 사람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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