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은염은 치아를 둘러싼 치아뿌리를 덮은 분홍색 점막조직(치은)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시작된 1단계 잇몸병. 염증이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뼈(치조골)와 치주인대 등으로 확산되면 2단계 잇몸병인 치주염으로 악화한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주저앉으며 통증·압박감이 생기고 이가 흔들리거나 시리며 입냄새가 심해진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아를 잃거나 턱뼈가 녹아 없어지기도 한다.
A씨는 다행히 치과 치료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은 ‘안정기’라 할 수 있는 임신 2기(14~28주)여서 스케일링과 함께 진통제 ‘타이레놀’과 페니실린계 항생제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됐다.
이처럼 임신 중이라고 해서 무조건 치과 치료를 미루는 게 능사가 아니다. 태아의 기관이 형성되는 임신 1기(1~13주)와 분만이 가까워지는 임신 3기(28주~출산)에는 여러 변수가 있어 치과 치료를 피하는 게 좋다.
박대윤 광주유디두암치과의원 대표원장은 “임신성 치은염은 흔히 임신 2~3개월에 발생해 5~8개월에 가장 심해진다”며 “임산 중에는 되도록 약을 먹지 않는 게 좋지만 치주(잇몸)질환이 심한 경우 산부인과 의사, 치과의사와 상담한 뒤 페니실린·세파계 항생제나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 등을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신 3기일 경우 방사선 검사를 제외한 간단한 구강관리, 임상검사 등을 할 수 있고 통증이 심할 때는 간단한 응급처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양이 점차 증가해 혈관 벽에 변화를 일으켜 임신 2~3개월 무렵부터 말기까지 잇몸이 암적색으로 변하고 부종·출혈이 생기기 쉬워진다. 양치질 같은 자극에도 피가 잘 나고 적은 양의 치태(플라크)나 치석으로도 쉽게 염증이 생긴다. 몸이 불편하고 쉽게 피로해져 양치에 소홀해지기 쉽다. 잠도 늘어나는데 수면 중엔 침 분비량이 줄고 체온이 올라가 구강 내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정상적인 구강 내 산도는 약산성(pH5.5)인데 입덧으로 강산성(pH2) 위액이 입 안으로 역류하면 치아의 무기질이 녹아내려 충치균이 번식하기 쉬워진다.
치태는 입안에 사는 세균들이 타액 내 성분과 엉겨 치아 표면에 들러붙어 생긴 끈끈하고 투명한 ‘치면 세균막’. 세균들이 만들어 내는 산성물질과 독소는 치아를 녹여 충치나 잇몸 염증을 일으킨다. 치석은 치태가 무기질(칼슘·인·마그네슘 등)과 결합하면서 치아 표면에 단단하게 부착된 것을 말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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