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발표한 ‘다중피해안전사고 전문수사지원체계’ 마련을 현재 법무부가 추진하는 가운데, 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 이와 관련한 신속한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검찰이 주장했다. 수사지휘권 폐지를 담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간 합의를 이끈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제안한 정책 구상을 들어 조 전 장관이 주도해 만든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대검찰청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문건에서 검찰은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검찰에게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한 데 대한 답변서다.
검찰은 답변서에서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가 불러올 문제 사례로 조 전 장관이 후보자 시절 공약하고 현재 법무부가 추진 중인 ‘다중피해안전사고에 수사지원체계’를 예시로 들었다. 앞서 세월호 참사나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사고 발생 시 통상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 뒤 발생 초기부터 검사가 경찰에게 법률적 쟁점이나 수사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개정안에 따라 수사지휘가 폐지되면 이러한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사건 초기 단계부터 공소제기 및 유지를 위한 법리적 관점에서 철저하고 정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법통제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정안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 중요범죄로 한정하는 것의 문제점으로도 다중피해범죄에 대한 대응역량 저하를 거론했다. 안전사고뿐 아니라 환경·식품 분야에서 발생한 다중피해범죄는 건축법·식품위생법위반 등 특별법위반이 수반되는데, 검사가 이 같은 범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검찰은 “다중피해 범죄에 대한 합동수사본부 구성과 운영이 사실상 무의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최근 경찰로부터 ‘버닝썬’ 사건을 송치받아 보완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총장’ 윤모 총경을 구속한 사례를 들어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주는 것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이는 경찰은 앞서 윤 총경이 공여자로부터 수수한 금품이 처벌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관련해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공여자로부터 경찰 수사 관련 편의제공 등 명목으로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수수한 사실을 밝혀 구속한 사례다. 이 같은 사례처럼 사건 송치 이후 검사의 사후 검토와 보완수사를 거쳐 많은 사건들이 수정·보완되고 있는 게 현실인데, 개정안에 따르면 이러한 시정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경찰 송치사건에서 경찰이 누락한 범인·범죄를 적발한 건수가 최근 5년간 연간 7,000건~1만건에 달한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검찰은 이 같은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 검사 직접수사 범위 제한, 경찰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형재난사건 등에 대한 수사지휘에 준하는 유기적 협력 보완방안 마련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진행된 사건 및 경찰 인지사건은 모두 송치 △직접수사 개시 범죄유형에 다중피해범죄 및 검찰총장 승인 이후 수사 규정 삽입 등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결국 검찰은 이같은 패스트트랙 수사권 조정안 내용에 대해 실무상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의 결정을 받들겠다고 약속했기에 궁여지책으로 보완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 여당과 갈등을 빚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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