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자산이자 차기 총선 공천이 유력한 ‘스타’ 초선 의원들이 연달아 불출마를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이들의 불출마 사유가 다름 아닌 의회정치에 대한 무력감과 회의감이라는 점이 당 안팎에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초선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이 중진 물갈이 촉매제로 작용할지, 무력감에 휩싸인 또 다른 초선들의 불출마 릴레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표창원 의원의 지난 24일 총선 불출마 선언은 지난주 이뤄진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보다 여권에 더 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부터 총선 불출마 이야기를 꺼내온 이 의원과 달리 표 의원의 불출마는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두 의원 모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조국 사태를 겪은 점이 불출마를 결심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지만 이전부터 여당 초선 의원들은 적지 않은 무력감을 호소해왔다. 한 초선 의원은 “무언가 바꿔보고 싶어서 국회에 들어왔는데 맨날 다투기만 하다 보면 되는 것도 없고 답답할 때가 많다”며 “의정활동에, 지역구 활동에 밤낮없이 일하는 의원들도 있는데 싸잡혀 욕을 먹다 보면, 그마저도 우리의 탓이겠지만 가끔 서글퍼질 때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사상 최악의 20대 국회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표 의원의 입장문처럼 정쟁에 매몰돼 정작 아무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쳐야 하는 현실에 대해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초선들 사이에서 자성론이 표출될수록 중진들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작 용퇴해야 할 이들은 꼼짝 않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현역 의원 하위 20% 명단 공개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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