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온 윤모(52)씨가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의 자백에 고마움을 나타낸 가운데 해당 사건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으면서 진범이 누구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씨는 지난 26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전 취재진과 만나 “이춘재가 지금이라도 자백을 해줘서 고맙다”며 “그가 자백을 안 했으면 이런 일(30년 만의 재조사)도 없을 것이고 내 사건도 묻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가 처벌받은 이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윤씨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 당시 경찰의 고문을 견디지 못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경찰은 이날 윤씨를 상대로 구타와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으나 당시 수사관들과의 대질은 없었다.
앞서 24일 경기남부경찰청은 8차 사건 증거물에서 이춘재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건 증거물은 풀 조각 하나와 창호지·벽지 등으로, 특히 창호지와 벽지는 사건현장이 아니라 유사 수법의 다른 지역 절도현장에서 채취한 것이어서 이춘재의 DNA가 나오기 어려웠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현재로서는 경찰이 이춘재의 자백과 당시 수사관계자의 진술로 범인을 특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윤씨의 진술과 이춘재가 한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당시 수사기록 등을 검토해 8차 사건의 진범을 밝혀낼 방침이다./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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