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는 28일부터 사흘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청취하고, 오는 31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연다. ‘조국 정국’을 거쳐 검찰개혁 법안 및 선거제 개혁 법안, 513조 5,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다뤄지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예산 정국’의 막이 오른 만큼 여야의 여론전은 치열할 전망이다.
오는 28일 대표연설 첫 타자로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연설 키워드는 ‘공정’과 ‘공존’이다.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논란에서 화두로 떠오른 ‘공정’의 가치를 강조하고, 이를 위한 검찰개혁 방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처리 필요성을 역설할 방침이다. 그다음 날 대표연설에 나서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현 정국을 조국 사태의 연장선으로 규정하고, 여권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의 반발 기류를 적극적으로 부각할 방침이다. 마지막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한다.오 원내대표는 ‘책임 정치’를 키워드로 ‘조국 사태’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인사 실패의 원인을 진단하고,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편, 야권재편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오는 3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는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164건이 표결에 부쳐진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핵심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고교 무상교육의 근거를 명문화하고 2020∼2024년 5년간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증액교부금을 신설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늘려가도록 규정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 자격에 군인 출신을 추가하는 내용의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있다. 이 개정안은 일정 기간 이상 재직하거나 관련 업무에 종사한 법조 관련 경력자, 학자, 법의학 전공자 등으로 한정됐던 조사위원 자격에 ‘군인으로 20년 이상 복무한 사람’을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발견하면 반드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신고 의무자’의 범위에 체육 단체의 장과 그 종사자를 포함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개인 간 거래(P2P) 금융의 영업행위와 진입요건, 준수사항을 규정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도 법사위 심사를 마쳤다.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P2P 금융업체는 최소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영업 등록을 할 수 있다. 다양한 금융회사의 P2P 금융 투자도 가능해진다. 이밖에 공공재정을 활용해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를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유료도로법 개정안 등도 본회의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쟁점 법안으로 꼽히는 탄력근로제를 비롯해 데이터 3법, 유치원 3법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번 본회의에서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앞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탄력근로제를 포함해 비쟁점 민생법안을 오는 3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데 공감을 이뤘지만, 탄력근로제와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는 녹록지 않은 상태다. 환노위 관계자는 “이달 내에는 법안소위도 열리지 않는 만큼 10월 처리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3법’의 한 축인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이번 본회의 통과도 불투명하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상업적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가명 정보를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4일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간 쟁점은 거의 다 좁혀졌지만, 세부적인 논의 사항이 남아 11월에 재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절차를 거쳐 상임위 논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처리 시점도 미지수다. 최근 민주당 이원욱·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이를 포함한 법안 처리를 위해 협의를 시작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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