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두 동강으로 만들던 조국 사태가 조국의 법무부 장관직 사퇴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 여당과 그 지지층은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조국 사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려는 반면 야당과 그 지지층은 대통령의 하야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조국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또 다른 변수가 더해졌다. 정경심 교수 구속은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인가.
조국 사태는 그의 가족이 검찰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그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시작됐다.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임명이 강행됐고 조국 수호와 조국 사퇴를 외치는 국민의 갈등은 더 심각해졌다.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가 반복되면서 어느 쪽에 더 많이 모였는지를 따지기도 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민주주의가 포퓰리즘과 구별되는 것은 다수로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을 통해 실현되는 근본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여론정치가 아닌 인류 역사를 통해 확인된 보편가치들을 국민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검찰의 수사대상자가 검찰개혁을 주도한다는 모순성에 있다. 오래된 법언(法諺)에 ‘누구도 자기 자신의 재판관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판사들에 대해서도 제척·기피·회피가 인정되고 고위공직자 임명과 관련해 이해충돌의 방지가 강력하게 요청되고 있다. 즉 검찰수사를 받는 당사자가 검찰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법과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에 대한 불신, 사법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주장이 광장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어쩌자는 것일까. 당장 자신의 의사, 자기 집단의 이해관계만 관철될 수 있다면 법과 원칙이 무너져도 괜찮다는 것일까.
조국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개혁에 대한 조직적인 반발이라는 비판도 있다. 물론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에 검찰수사가 더욱 깐깐해지는 것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로 불법이 있다면 이를 밝혀야지, 검찰개혁을 위해 불법을 덮고 넘어가는 것이 올바른 개혁일 수는 없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신상털기가 문제되고 있다. 불신이 낳은 결과이고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가는 것이다. 온당한 일인가. 판사도 공인(公人)이고 일정 정도의 개인정보가 공개될 수는 있다. 하지만 영장 발부 또는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신상털기를 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고 인권이라는 보편가치를 실현하는 재판이 아닌 여론재판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경심 교수 구속을 통해 법원은 범죄혐의가 상당 부분 근거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향후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인권뿐 아니라, 불신받고 있는 검찰과 법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를 위해 절차진행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고 이유를 충분히 밝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조국 사태가 남긴 과제는 그 밖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망국적 영호남 갈등을 넘어서는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은 이제 일부 정치권의 문제가 아닌 국민 전체의 문제가 됐다. 더욱이 국민통합의 주체여야 할 대통령이 갈등의 당사자가 된 상황이기에 해결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대한민국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으며 나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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