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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0억대 이연성과급 소송…증권가 관행 바뀔까

퇴사·이직 이유 지급 거부 잇달아

빅3 증권사 상대 퇴직자 집단소송

"사실상 전직금지 규정" 法판단 촉각

증권사·거래소 등 각종 금융기관이 모여있어 ‘금융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송은석기자






A투자증권사에 2009년 입사해 일하다 지난해 7월 퇴사한 임원 박모(가명)씨는 지급받을 예정이었던 10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지급일 이전에 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에는 성과보상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앞서 2016년 도입됐던 것이다. 박씨는 “희로애락을 겪으며 회사에 많은 돈을 벌어다 줬는데 임원인 나에게조차 퇴사를 이유로 성과급을 줄 수 없다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씨를 비롯한 A사 퇴사 임직원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약정금 지급을 청구하는 20억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해 이중 6명의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우선 진행 중이다. A사는 국내 ‘빅3’로 꼽히는 투자증권사로, 이는 금융업계 이연성과급 미지급으로 최근 3년간 벌어진 법적 분쟁 중 가장 큰 규모의 소송이 될 전망이다. 원고 측은 집단소송 모집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인원을 추가 모집해 30~50인 규모(금액 기준 50억~100억원)로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계에서는 이연성과급 제도를 둘러싸고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와 퇴직 임직원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연성과급제란 특정 연도에 낸 성과에 대한 성과급을 한번에 주지 않고 시기를 정해 나눠 지급하는 것으로, 단기성과 위주의 보상체계가 고위험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게 만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국내에서도 2016년부터 금융당국 권고로 대다수의 투자증권사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취지와는 다르게 퇴사나 이직을 금지하고, 임직원들을 회사에 붙들어두려는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A사의 경우 ‘지급일 이전에 해당 경영진 또는 금융투자업무 담당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에는 성과보상(이연성과보상을 포함한다)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사규가 있었다. 이처럼 근로자의 성과에 대해 지급시기만 미뤘을 뿐 지급하기로 약속돼 있었던 금원을 퇴사나 이직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전직을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헌법과 근로기준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함과 동시에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또 법원은 전직금지약정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해 회사의 영업비밀과 관련된 일부 예외가 아니면 무효라고 판시해오고 있다.

A사 소송도 자발적 퇴사를 이유로 이연성과급을 지급을 거부하면 이는 사실상 전직금지 및 강제근로에 해당한다는 취지에서 제기됐다. 원고 측 대리인 법무법인 태림 소속 김선하·오상원 변호사는 “유사 사건과 비교했을 때 ‘이연성과급을 일절 지급하지 아니한다’라는 A사의 규정은 상당히 강압적”이라며 “앞선 판례에서도 법원은 성과급의 이연지급 취지는 일찍 샴페인을 터트려 국민과 국가경제에 위험부담을 주지 말라는 것이지 자발적 퇴사자에게 지급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라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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