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수단체 회원들이 군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한 게 불법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이들 참가자를 채증해 사법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실제 군복이 아닌 유사군복을 착용한 자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법률적으로 명확치 않아 보류하기로 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관련 법률 검토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단속보다는 채증 뒤 영상분석을 토대로 필요 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단속 시 집회 참가자들의 반발이 커지는 등 혼란만 더 초래하기 때문에 사후조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의 ‘채증 후 처벌’ 입장은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일부 여당 의원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에 군인이 아닌 자는 군복을 착용하거나 군용장비를 사용 또는 휴대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며 “왜 단속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위반이 맞다”면서도 “사법 처리 방식에 대해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후 경찰은 각종 판례를 살펴보는 등 법률 검토를 거쳐 실제 군복을 착용한 자들에게 원칙대로 단속·처벌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유사군복 착용에 대해서는 처벌이 필요한지 결정된 바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판례를 보면 유사군복 착용은 민간인이 실제 군복을 입은 군인과 식별이 곤란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별이 곤란하다는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아 사법 처리 방침을 정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유사군복을 착용한 집회 참가자들을 처벌하면 경찰의 과잉대응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문형철 육군 정책발전자문위원(예비역 소령)은 “군복을 입은 집회 참가자들을 보면 육군 군복에 해병대 명찰을 붙이거나 성조기까지 붙이기도 한다”며 “실정법 위반이 맞고 군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사 표현을 위한 퍼포먼스 맥락에서 군복을 민간인이 착용하는 것이라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단속 및 처벌하는 게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