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강자 저스틴 토머스(26·미국)는 통산 11승 중 4승을 아시아 지역에서 거뒀다. 아시아 4승 중 2승은 한국의 제주에서 따냈다. 최근 끝난 더 CJ컵에서 2년 만에 패권을 탈환한 토머스는 ‘제주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새롭게 얻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제주에서 좋은 추억을 쌓은 선수들이 있다. 최혜진(20·롯데)과 조아연(19·볼빅), 유해란(18·SK네트웍스), 김보아(24·넥시스)가 주인공들이다. 이번 시즌 들어 제주에서 열린 4개 대회에서 각각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들은 이번주 시즌 마지막 ‘제주대전’을 벼르고 있다. 오는 31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 동·서 코스(파72)에서 펼쳐지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이 그 무대다. 날씨 변수가 많은 제주 강자들은 ‘송곳 아이언 샷’과 강한 멘탈을 탑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4승으로 대상(MVP) 포인트·평균타수·다승 1위를 질주하는 최혜진은 지난 6월 엘리시안 제주 골프장에서 끝난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시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독주 체제의 기반을 닦았다. 당시에는 시즌 2승 기록자도 없었다. 첫날 경기가 짙은 안개로 취소된 가운데 1라운드를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마친 최혜진은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뽑아내 공동 2위 박지영과 장하나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최혜진은 우승상금 8억원 이상이 걸린 ‘빅팟’ 이벤트로는 마지막인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대상 2연패와 상금 선두 탈환에 도전한다. 그는 신인왕에 올랐던 지난해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고 상금랭킹은 4위를 기록했다. 그린 적중률 82.38%의 정교한 아이언 샷이 주무기다.
신인 조아연에게 제주는 ‘희망의 땅’이다. 데뷔 두 번째 대회이자 국내 개막전이었던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슈퍼루키’의 등장을 알렸다. 대부분의 코스가 낯선 신인임에도 그린 적중률 77%를 기록할 만큼 아이언 샷이 예리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아일랜드)과 KLPGA 투어 시드전 1위(전남 무안)에 이어, 제주에서의 정규투어 생애 첫 우승 등을 바람이 강한 가운데서 이뤄낸 데도 아이언 샷이 원동력이 됐다. 올해 참가한 제주 대회에서는 펄펄 날았다.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19위가 가장 낮은 순위였고 나머지 3개 대회에서는 각각 1, 3, 5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성적에 따라 신인상 포인트 2위 임희정(19·한화큐셀)과의 슈퍼루키 경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유해란은 제주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지난해 임희정과 함께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던 그는 8월 박인비·고진영이 참가했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추천선수로 나서 덜컥 우승컵을 들었다. 당시 대회는 태풍 탓에 2라운드로 축소됐던 터라 후원사 주최 대회인 이번에는 더 확실한 우승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김보아도 ‘제주가 좋은 그녀들’ 중 한 명이다.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는 몸이 좋지 않아 기권했지만 5월 롯데칸타타 대회에서는 마지막 날 6타 차 열세를 뒤집고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롯데칸타타와 제주 삼다수 대회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한 김지영(23·SK네트웍스) 역시 주최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달성하며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다.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박지영(23·CJ오쇼핑)도 우승 후보로 손색없다. 지난해 제주에서 우승컵에 입 맞췄던 김지현(롯데렌터카), 조정민(롯데칸타타), 이승현(에쓰오일), 오지현(제주 삼다수), 박결(SK네트웍스·서울경제)은 ‘어게인 2018’을 다짐하고 있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