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체가 인수합병(M&A)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해외 업체 인수에 나서는 한편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자회사와를 흡수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기업인 메디포럼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제약사를 인수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달 씨트리와 아이월드 등 제약사 두 곳을 동시에 인수한 것이다. 2015년 설립된 메디포럼은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PM102’의 임상2b상 및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인수하게 되는 씨트리는 치매치료제 ‘리바스티그민’을 제조하고 있고 노인성질환 의약품 개발을 하고 있어 노인성질환 관련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메디포럼과 방향성이 일치한다. 아이월드제약은 메디포럼의 치매치료제 ‘PM012’임상 약을 제조하고 있는 업체다. 향후 메디포럼이 신약판매허가(NDA)를 진행할 때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 인수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해외 진출을 시도하기 위한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통 제약사인 JW중외제약은 지난달 베트남 제약사 ‘유비팜’의 지분 전체를 취득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이 베트남 제약사의 일정 지분을 인수하거나 현지에 공장을 세운 적은 있었지만, 베트남 제약사 지분 전체를 취득해 직접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설립된 유비팜은 2013년 캐나다 최대 제약기업인 밸리언트(현 바슈 헬스 컴퍼니)가 인수해 운영하는 등 베트남에서 가장 현대화된 생산시설을 갖춘 의약품 공장을 가동중다. 이밖에도 에이치엘비는 이달 미국 자회사인 엘리바를 100% 흡수합병하며 미국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는 항암신약물질 ‘리보세라닙’을 완전히 품게됐다. 이번 합병으로 에이치엘비는 엘리바가 보유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리보세라닙 특허와 권리, 상업화에 따른 이익을 갖게 됐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리보세라닙이 상업화가 될 경우 최종 수혜자를 에이치엘비로 만들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혈액 등을 통해 암세포 조각을 찾아 진단하는 기술인 액체생검을 전문으로 하는 코스닥상장사 싸이토젠은 이날 일본 시믹(CMIC)과 마케팅 계약을 체결했다. 시믹은 일본 신약개발의 80% 이상을 지원하는 일본 의약품 제제 개발·제조지원(CRO) 업체다. 시믹 그룹은 세계 10여국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약 700억엔(약 7,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싸이토젠은 시믹이 보유한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지각변동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대 초반 일본 제약업계를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1980년대만 해도 일본 제약사 수는 1,500여개에 달했는데 인수합병을 통해 2000년대 300여개로 줄었다. 오로지 복제약에 의존하던 일본 제약사들이 정부의 약가정책 등 이유로 차츰 신약 개발에 눈을 돌리게 됐고 연구개발, 수익 다각화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제약사들과의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면서 전체 개수는 줄어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약사 중 1위인 아스텔라스도 후지사와약품공업과 야마노우치제약이 2005년 합병해 탄생했다”면서 “한국도 신약개발 능력 강화, 글로벌 진출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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