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곳곳에 대형 산불이 확산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28일 새벽(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서부 셔먼옥스에서 새로운 산불이 발화해 인근 부촌으로 번지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LA를 관통하는 고속도로인 405번 서쪽면에서 이날 새벽 1시 30분께 발화한 ‘게티파이어’는 LA의 대표적인 부촌인 벨에어, 웨스트우드, 브렌트우드 등을 향해 번지고 있다. CNN은 “이들 지역은 유명인사가 다수 거주하는 초호화 부촌”이라고 전했다.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집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CNN은 덧붙였다.
현재 게티파이어로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곳은 1만 가구에 달한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시 서부 주택가와 산림 600에이커(2.4㎢)가 소실됐으며, 불길은 오후 들어 다소 잦아들고 있다”고 말했다.
LA 수도전력국은 게티파이어로 약 2,600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은 산불 연기 때문에 이날 하루 수업을 취소하기도 했다. LA 소방국은 “405번 고속도로 서쪽과 선셋 남쪽 주민은 소방국의 대피명령에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북부 캘리포니아 산불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유명 와인 산지 소노마 카운티에서 발생한 ‘킨케이드 파이어는 28일 오전까지 피해 면적이 6만6,200에이커(약 268㎢)로 급격히 확대됐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05.25㎢)의 44%에 달하는 규모다. 전날까지만 해도 피해 면적이 3만에이커에 그쳤으나 하루 새 피해가 2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또 전날 10%까지 올라갔던 소노마 카운티 산불의 진화율은 강풍이 불어 피해 지역이 늘면서 이날 오전 5%로 오히려 떨어졌다. 당국은 이날 오전 강제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 주민들에게 아직 귀가하기에는 안전하지 않다며 집으로 돌아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주민 23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에 강제단전 조처를 한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은 28일에도 96만5천여 가구에 강제단전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PG&E는 약 2만3,000 가구에는 사전 예고없이 전기 공급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번 단전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포함해 북부·중부 캘리포니아의 32개 카운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날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역대급 강풍 상황”이라며 “현재 캘리포니아 전역에 산불이 발화하는 조건은 규모, 범위, 풍속, 건조한 식생 조건 등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된 허리케인급 강풍은 최고 시속 164㎞ 이상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소방당국은 이번 산불이 101번 고속도로를 넘어 1940년대 이래 한 번도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이 도로 서쪽으로 확산하지 않을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PG&E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산불은 자사 전력선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캘리포니아 공공시설 위원회에서 시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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