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한 사내가 술을 마신다
두어 평 남짓한 포장마차에 앉아
잘려나간 하루를 되새김질한다
주름진 목 안으로 불편을
밀어 넣고 있다
눈이 크고 두려움 많은 소는 맹수가 무서워 서둘러 풀을 뜯어 삼키곤 했다지. 안전한 곳에 가서 천천히 토해내어 다시 씹었다지. 사람과 개가 지키는 외양간에서 살게 된 뒤에도 되새김질을 멈추지 않는다지. 이제는 두려움보다 하루 일과를 반추한다지. 기다란 혀로 일기를 쓴다지. 그 날 치 전쟁을 치른 직장인들이 하루를 돌아보는 포장마차가 한갓진 외양간이었구나. 주름진 목 안으로 불편을 밀어 넣기도 하지만, 뿌듯한 성취를 맛볼 때도 있었으리라. 소처럼 고된 노동을 끝낸 이들이 하나 둘 포장마차로 들어선다. 낯선 소들끼리 눈을 마주쳐도 낯설지 않다. 왁자지껄 쨍그랑 여럿이 함께 되새김질을 하기도 한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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