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여러 도시에서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저희를 믿고 지지해주신 여러분 덕분 아닐까요.”(RM)
“아미(ARMY·BTS 팬클럽)가 저희에게 날아준 날개로, 이제는 저희가 여러분들에게 찾아가보겠습니다.”(정국)
1년 2개월간 이어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역사적인 월드 투어가 서울에서 대장정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 26~27일과 29일 사흘간 열린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공연에서 BTS는 총 13만 명의 관객들과 뜨겁게 호흡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투어와 그 연장선으로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의 마지막 무대다. 공연장인 올림픽주경기장은 ‘러브 유어셀프’ 투어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BTS 월드 투어, 최초·최고 기록의 연속=BTS는 지난 4월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PERSONA)’를 선보이고 빌보드 정상에 세 번이나 오르며 최고의 팝스타들에게만 열린 무대를 밟아나갔다.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는 20개 도시에서 42회 공연을 통해 총 104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진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월드투어는 10개 도시에서 20회 공연으로 102만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모두 합치면 62회 공연에 206만 명이 운집한 기록적 규모다.
공연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기록적이다.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만 봐도 해외에서 발표된 수치로 가늠한 티켓 매출만 1,5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프랑스에서 운영한 월드 투어 팝업스토어 매출, 공연장서 판매한 MD(팬상품) 매출, 공연 온라인 생중계 수익 등을 합하면 투어 매출은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는 BTS의 경제효과가 5조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BTS 월드 투어는 최초·최고 기록의 연속이었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과 남미, 유럽, 아시아, 중동 각지에서 수만 명 규모의 스타디움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며 가요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스타디움 단독 콘서트를 펼쳤으며, 비틀스(Beatles)와 퀸(Queen)을 낳은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까지 접수해 화제가 됐다. 한국 가수 최초의 단독 콘서트는 물론 비(非)영어권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2회 전 공연을 매진시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웸블리에서 한국 가수가 한국어로 노래하며 총 12만 팬의 환호를 받는 모습은 비틀스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비견돼 ‘코리안 인베이전’으로 평가받았다. 폐쇄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해외 가수 최초의 스타디움 공연을 연 것도 사건이었다. 인근 아랍국가보다 보수적이고 여성의 외부 활동이 취약한 사우디 정부가 BTS 공연을 유치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도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줬다.
◇팬들 ‘축제의 장’…화려한 볼거리 가득한 공연=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공연이 열리는 사흘간 잠실종합운동장을 BTS의 테마파크처럼 꾸몄다. 공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몰린 ‘아미’들은 주경기장 앞에 마련된 대형 포토존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사진과 노래 가사가 적힌 패널 등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달궜다. 외국에서 공연을 즐기기 위해 온 팬들도 상당수였다. ‘티켓을 구합니다’라는 푯말을 들고 있거나 티켓이 없지만 공연장 밖에서 함께 노래라도 듣겠다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임산부부터 아이와 함께 온 가족단위 관객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3일 내내 공연장을 찾았다는 한 팬은 “어려운 티켓팅을 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며 “BTS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큰 행복감을 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팬들의 불편 개선 등 고객 경험 혁신에 주안점을 둔 빅히트의 기획이 눈에 띄었다. 공연장 반경 2.5㎞ 안에서 빅히트가 만든 팬 커머스 앱 ‘위플리’를 열어 MD를 구매하고 정해진 시간까지 수령해 갈 수 있도록 했다. 각종 체험 공간의 대기 시간과 마감 상황이 표기돼 혼잡 정도를 알 수 있는 덕분에 팬들이 긴 줄을 서는 불편함이 줄었고 본인 확인 부스도 크게 혼잡하지 않았다. 다른 콘서트와 달리 암표상이나 불법 팬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보이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특허청은 앞서 빅히트와 함께 BTS 관련 위조상품 유통을 비롯한 상표권 침해행위를 단속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공연은 월드투어의 파이널을 장식하는 만큼 화려한 볼거리들로 가득 채워졌다. 무대 콘셉트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 등 효과 장치로 몰입도를 더했으며, BTS 멤버들은 무빙카를 나눠타고 3~4층 관객들에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다. 앙코르에서 터진 불꽃놀이는 불꽃 축제 버금가는 대규모 스케일을 자랑했다. 마지막 곡 ‘소우주’를 배경으로는 국내 단독 공연 최초로 ‘드론 라이브 쇼’가 펼쳐졌다. 수많은 드론이 BTS와 아미의 로고를 변하며 공연장 밤하늘을 수놓아 감탄을 자아냈다.
BTS 멤버들은 공연을 마무리하며 울컥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RM은 눈시울을 붉히며 “‘너를 사랑하냐’고 물으면 아직 잘 모르지만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는 끝나지만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손잡고 우리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