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인 2017년 4월 한 언론사로부터 정치관과 가치관을 담은 애장품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왼손을 내밀어 넷째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이 묵주반지는 내게 종교 이전에 어머니”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여년 전 변호사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찾아와 묵주반지를 건넸다고 기억했다. 문 대통령은 “성당에 잘 안 가니 복잡한 세상살이에 마음을 잃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라고 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했다.
문 대통령은 그날 이후 늘 묵주반지를 끼고 있다. 국무회의를 할 때도, 해외 순방 중에도 금빛 묵주반지가 문 대통령의 왼손에서 반짝인다. 반지를 보며 힘들 때 마음으로나마 기댈 수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평생 성당에서 기도하며 아들에게 바른길로 가라고 말했던 어머니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이다.
文대통령 “어머니와 리어카로 연탄 배달”
문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어머니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러 일화를 통해 설명했다. 대선 당시 방송연설 중에도 문 대통령은 어머니와 연탄 배달했던 일을 기억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고 미는 일은 장남인 내 몫이었다. 힘겹게 끌다가 리어카와 함께 비탈길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며 “하지만 깨진 연탄보다 아들이 다쳤을까 봐 발을 구르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직도 서럽게 기억하고 있다”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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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자식들 입에 풀칠하기 위해 암표 판매를 시도했던 일도 자서전에서 소개했다.
가난해서 암표 팔려다…아들 얼굴 보곤 돌아서
노점에서 양말을 판매하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도 한 끼 먹기도 힘든 날이 계속되자 어머니는 부산역에서 암표를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와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장남 문 대통령을 앞세워 거제에서 부산까지 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먼 곳까지 갔지만, 부산역 앞에 한참 서 있다가 표를 팔지 않고 다시 아들을 데리고 아무 말 없이 거제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날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아마도 자식 앞에서 작은 법이라도 어기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돌아보지 말라는 좌우명은 그때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문 대통령이 군에서 제대한 1978년 아버지 문용형씨가 세상을 떠났다. 이에 장남인 문 대통령은 어머니와 함께 가정을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혼자 고생하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사법고시 도전을 서둘렀다고 한다.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늘 미안함과 애틋함, 고마움이 가득했다. 특히 정치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온통 걱정뿐이었다. 이에 어머니 강 여사는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런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오롯이 기억한다. 민주당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기도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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