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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20년 낀 묵주반지...내게 종교 이전에 어머니"

[文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별세…향년 92세]

가난한 살림에 문대통령과 함께 연탄배달

부산역서 암표 팔려다 아들 보며 마음 접어

독실한 가톨릭...늘 성당에서 아들 위해 기도

문 대통령 "어머니 기도발로 여기까지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바티칸 대성당에서 김정숙 여사와 함께 미사를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0여년 전 어머니께 물려받은 묵주반지를 항상 끼고 다닌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으로 묵주반지를 꼽기도 했다. /사진제공=문재인 대선캠프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인 2017년 4월 한 언론사로부터 정치관과 가치관을 담은 애장품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왼손을 내밀어 넷째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이 묵주반지는 내게 종교 이전에 어머니”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여년 전 변호사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찾아와 묵주반지를 건넸다고 기억했다. 문 대통령은 “성당에 잘 안 가니 복잡한 세상살이에 마음을 잃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라고 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했다.

문 대통령은 그날 이후 늘 묵주반지를 끼고 있다. 국무회의를 할 때도, 해외 순방 중에도 금빛 묵주반지가 문 대통령의 왼손에서 반짝인다. 반지를 보며 힘들 때 마음으로나마 기댈 수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평생 성당에서 기도하며 아들에게 바른길로 가라고 말했던 어머니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이다.

文대통령 “어머니와 리어카로 연탄 배달”

문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어머니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러 일화를 통해 설명했다. 대선 당시 방송연설 중에도 문 대통령은 어머니와 연탄 배달했던 일을 기억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고 미는 일은 장남인 내 몫이었다. 힘겹게 끌다가 리어카와 함께 비탈길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며 “하지만 깨진 연탄보다 아들이 다쳤을까 봐 발을 구르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직도 서럽게 기억하고 있다”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자식들 입에 풀칠하기 위해 암표 판매를 시도했던 일도 자서전에서 소개했다.

지난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가 부산 영도구 남항동 남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난해서 암표 팔려다…아들 얼굴 보곤 돌아서

노점에서 양말을 판매하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도 한 끼 먹기도 힘든 날이 계속되자 어머니는 부산역에서 암표를 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와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장남 문 대통령을 앞세워 거제에서 부산까지 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먼 곳까지 갔지만, 부산역 앞에 한참 서 있다가 표를 팔지 않고 다시 아들을 데리고 아무 말 없이 거제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날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아마도 자식 앞에서 작은 법이라도 어기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돌아보지 말라는 좌우명은 그때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문 대통령이 군에서 제대한 1978년 아버지 문용형씨가 세상을 떠났다. 이에 장남인 문 대통령은 어머니와 함께 가정을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혼자 고생하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사법고시 도전을 서둘렀다고 한다.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늘 미안함과 애틋함, 고마움이 가득했다. 특히 정치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온통 걱정뿐이었다. 이에 어머니 강 여사는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런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오롯이 기억한다. 민주당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기도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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