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그렇게 정했으니 잘 모시고...”
3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천성당을 찾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직원과 입구에서 대화한 후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인 그는 전날 밤과 이날 오전 7시 등 두 번이나 남천성당을 찾았으나 조문은 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 30분 페이스북을 통해 “어머님의 신앙에 따라 천주교 의식으로 가족과 친지끼리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며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5시 부산 메리놀 병원에 도착해 강 여사의 임종을 지켰다. 문 대통령은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날 강 여사의 빈소가 차려진 남천성당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으나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대부분은 조문을 하지 못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날 조문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렸고, 오거돈 부산시장도 출근길에 남천성당에 잠시 들어가긴 했으나 조문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8시 45분께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 일동 명의의 화환이 도착했으나 이 역시 반려됐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5시 40분쯤 성당에 들어가 강 여사를 위한 연도기도를 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가 오전에 성당에 들어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교와 관련된 분들의 조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전 10시께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를 비롯해 7대 종단 대표들 20여 명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 조문을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가 따로 빈소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당초 5부 요인은 물론 여야 대표의 조문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먼 길을 찾은 야당 대표를 문 대통령도 외면하진 못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빈소를 찾아 기다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정 대표를 안으로 모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이에 따라 야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빈소에 들어가 조문을 했다.
정 대표는 조문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셨냐’는 질문에 “훌륭하신 어머니를 여의시고 애통한 심정이 크실 거 같다. 위로 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조문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이어 “어머니께서 5남매를 훌륭하게 키우셔서 어떻게 보면 어머니께서 참 복이 많으신 분이고, 그래서 그런 문재인 대통령 같은 분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많이 무거우실 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양지윤기자, 윤홍우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