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전한 친서에서 정상 간 대화는 늘 열려 있다는 입장과 어려운 현안이 극복돼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에도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한 해결을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일관계 경색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한 문 대통령의 친서에 조기 정상회담을 권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는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강 장관은 “이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여러 활동을 많이 하고 오셨다”며 “한일관계를 양국이 중시하고 있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끌어내셨다는 데 성과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교당국 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고자 계속 노력하겠다는 공감을 확인하고 오신 점도 성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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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여건과 관련해서는 “정상 간 만남을 위해서는 첨예한 현안인 일본 수출규제 문제와 강제징용 판결 문제 등에 관한 양국 간 간극이 의미 있게 좁혀질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성과가 담보돼야 정상 간 만남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일본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 오는 10월 31일~11월 4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을 계기로 기대를 모은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한일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제안도 아베 총리가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오는 23일 자정 종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소미아 문제가 한일 간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의 아시아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되는 만큼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라는 미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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