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정의당 등 범여권 정당들이 요구하는 국회의원 정수 10%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총공세에 돌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리를 위해 여당이 의원 확대를 수용할 움직임이 감지되자 되레 ‘의원 수 10% 축소’는 물론 여론조사·발간물까지 동원해 선거법 개정을 막겠다는 것이다. 오는 12월 초 공수처법·선거법 통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맞물리면서 국회 파행에 더해 국정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은 30일 국회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현행 300석의 국회의원 정수를 30석(10%) 늘리자는 주장을 일제히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는 회의 시작부터 “정의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들에게 묻는다. 지금 의원 수가 모자라 국회가 안 돌아가느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이런 악법이 부끄럽지 않느냐”며 “당리당략에 목을 맨 정치 장사치들의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향해 “(나 원내대표가 이 사안을 합의했다는)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발맞춰 지난 28일 전국 성인 1,503명(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원정수 10% 확대’ 방안에 대한 반대가 73.2%, 찬성이 18.4%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한국당이 제시한 비례대표 폐지, 의원정수 10% 축소는 51.5%가 찬성, 40.4%가 반대했다. 유민봉 의원실은 85쪽의 ‘선거법 개정안의 문제점, 이것이 진실입니다’ 발간물을 배포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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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맹폭은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해 군소정당과 힘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석수 128석인 민주당이 법을 통과시키려면 정의당(6석), 대안신당(10석), 민주평화당(4석)에 더해 바른미래당(28석) 일부의 동의가 필수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은 현재 253석의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비례대표는 300석 가운데 정당지지율을 곱해 의석수를 구하고, 당선된 지역구 의석수를 뺀 숫자에 50%를 가져간다. 지역구가 없는 군소정당이 정당지지율만 높으면 비례의석을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문제는 지역기반이 뚜렷한 정당(민주당·한국당)은 지역구 의석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당장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질 수 있는 처지에 놓인 민주당 일부 의원 사이에서는 의석수 확대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당의 입장에 반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군소정당의 표를 얻어 공수처법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의석수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월3일 공수처법을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하면서 11월27일 부의되는 선거법도 12월에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당은 이에 ‘비례대표 폐지, 의석수 10%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범여권 정당들의 야합이다. 의원정수를 늘리면 지역구 의석이 유지되면서 비례의석이 늘 수 있다. 민주당은 현재의 지역구 의석을 챙기고 정당지지율은 양보하는 선거전을 통해 연대한 정당에 비례대표를 몰아주는 형태로 범여권의 의석 불리기가 가능해진다. 또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비례대표를 노리고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에서 새 정당 창당에 나설 수도 있다. 내년 총선이 그야말로 ‘전국시대’가 되는 것이다. 지역구 기반이 넓은 한국당으로서는 모두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한국당이 지역구 100%, 의석수 10% 축소를 주장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11월에 정당들이 선거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크다. 범여권이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의 단독 통과를 강행할 경우 폭력까지 불렀던 ‘패스트트랙’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행상 12월10일이 처리 시한인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국정도 마비될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12월은 총선 4개월 전이라 야권에서는 물리적 제지는 물론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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