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서울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대입 정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의 비중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대학들이 구술고사, 교과 중심 면접 등 각종 대학별 고사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들은 현 체제에서 수능 비중이 확대되면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대학들이 대학별 고사를 암암리에 강화한다면 공정성 강화라는 정부 방침과는 달리 고교 유형에 따라 입시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 비중이 확대될 경우 일부 대학은 추가 전형요소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수능 위주 전형’의 수능성적 반영 비율은 ‘60% 이상’이 기준이지만 대다수 대학이 100%를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방침에 대응해 대학들이 대학별고사 등 다른 전형요소를 더할 경우 앞으로 실제 수능 반영비율은 지금보다 낮아지게 된다. 논술·면접·구술 등의 대학별고사는 2017학년도 총 57개교, 2018학년도 59개교, 2019학년도 53개교 등 큰 변화 없이 시행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대학별고사 확대에 주목하는 것은 향후 수능 모집 비중이 늘어나고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 전형의 비중은 축소될 경우 학생 선발의 변별력이 더 낮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 수능은 영어·한국사 등 2개 과목을 절대평가로 두고 있고 수능 비중 확대가 유력시되는 오는 2022학년도부터는 제2외국어와 한문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수능만으로는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실제 지난해 교육부 주관 정책포럼에서도 절대평가 전면 확대를 전제로 변별력 확보를 위해 수능과 대학별고사를 함께 묶은 신규 전형의 도입을 제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폐지 유도 단계를 밟고 있는 논술 전형을 제외한 구술고사와 면접고사 확대 등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술·면접을 수능 전형에 추가해 학생을 선발하거나 무시험전형인 교과전형 비중을 늘리면서 구술·면접을 추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영어·수학 등의 이해 수준을 묻는 제시문 형태의 구술고사나 교과 중심 면접 등이 늘어나게 되면 사실상의 지필고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심화학습에 최적화된 특수목적고교 학생들에게 더 유리해지면서 일반고 정상화나 공정성 강화라는 수능 확대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교육부는 학종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 서류 중심의 맞춤확인 면접을 원칙으로 하고 제시문 기반의 구술고사는 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해 필요한지를 평가하는 형태로 최소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시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았다. 대학별고사는 과도한 학습유발 가능성 등을 지적받았지만 교육부 조사는 선행학습 위반 요건이 기준이어서 영향평가 위반 대학은 올해 5곳, 지난해 3곳에 그친다.
특히 이런 대학별고사는 상위권 대학에서 실시 비중이 높다. 서울대는 전체 모집인원 중 수능 전형을 제외한 학종 전형 전체에서 구술면접을 도입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주요 전형 대부분에서 제시문 기반 구술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종 면접 자체를 없앤 주요 대학도 있고 수능 뒤 각종 면접을 시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면서도 “변별력 약화를 우려하는 대학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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